친정 /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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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3회 작성일 19-01-18 13:06본문
⋁.
낮이 가장 긴 날
돌로 눌러놓은 바람
세숫대야 속엔
붕어
네 마리
-친정, 고영민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 문장이 긴 것보다 어쩌면 짧은 것이 읽기가 더 어려울 때가 있다. 詩文이 짧은 것은 또 시제와 많은 연관을 둔다. 이 시제를 곰곰 생각하면 쉽게 풀린다. 詩文이 풀리는 순간은 마치 환한 풍경하나가 금시 떴다가 가라앉으니 마음은 또 말갛다가도 선하다. 그러므로 詩를 읽는지도 모르겠다.
시제가 친정이다. 친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결혼한 아내의 집안을 친정親庭이라 하고 둘째 임금이 직접 나라의 정사를 돌보는 것을 또 親政이라 한다. 여기서는 후자다. 물론 임금은 자아를 대신한다.
낮이 가장 긴 날, 한 편의 詩를 읽는 것도 오래면 낮이고 읽지 않고 덮으면 밤이다. 책 한 권 아니 詩 한 편에 오랫동안 감상하는 이 있을까만, 나의 낮은 대체로 3분 혹은 늦어도 30분이면 족하다.
돌로 눌러놓은 바람, 돌은 詩文을 제유한 것이며 바람은 그 반대쪽 읽는 자의 希望이다.
세숫대야 속엔, 세숫대야의 기능을 여기서 생각해본다면 더욱 재밌다. 세숫대야는 하나의 범주며 세계며 바람의 희망이다.
붕어, 붕어도 붕어崩御와 붕어가 있겠다. 여기서는 둘 다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뒤 문장은 네 마리라고 했다. 붕어처럼 가버린 붕어다. 언어를 제유한 것으로 詩人은 물고기에 많이 비유한다. 물고기 漁, 魚에 말씀과 동음이의어로 충분한 기능을 갖는다. 움직이는 것도 물속에 사는 것도 민물고기라는 것도 어쩌면 메타포다. 民이 들어가니까,
鵲巢進日錄
마통이라 했다 마치 늪처럼,
사다리 타며 내려가는 길은 끊을 수 없는 악수다
생활은 팍팍하니까 콩나물처럼 콩대만 길다
한 바가지의 물 한 모금은 허공에 계단을 만드는 일
세상을 다듬는 것은 오로지 빛과 어둠,
바람의 껍질을 품고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른 어둠은 애써 얼굴을 찾으려고 하고
무통에 발 딛고 내밀었던 검은손
다시 또 뭉친 구름을 잡고 세상 물결에 밀어내는 숨소리에 위안한다
바람은 절대 벽을 밀어낼 수 없으므로
콩대는 지울 수 없는 구름만 자꾸 쓴다
흩어졌다가 다시 뭉친 구름
365일 푸른 손 내미는 창고 앞,
은행나무처럼 하늘만 그린다
꽉 닫은 보자기 같은 삶 이 꾹 물고 하늘만 본다.
*마통(마이너스 통장 줄임)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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