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 /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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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24회 작성일 19-01-25 00:03본문
⋁.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움큼, 한 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먼 곳, 문태준 詩 全文-
鵲巢感想文
어느 한 세계에 적응하려면 내가 몸담은 세계는 저버려야 한다. 잔에 새로운 물을 채우려면 이미 담은 물은 비워야 하듯이 하나의 詩를 읽기 위해 마음을 먼저 비워야 한다.
이 詩를 보면 사물에다가 작가는 곳곳 마음을 심었다. 새로 돋은 것에 붉은 태양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먼 곳을 지향한다. 대기는 나목은 바위는 갈 데 없는 벤치는 모두 하나의 사물에다가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게끔 했다. 부끄러워하는 붉은 그 어떤 것, 살얼음판 같은 상황과 겨울철 다 벗은 나목으로 그러나 움직일 수 없고 무거운 마음이다. 이러한 것을 먹빛으로 세워두는 일이야말로 詩人의 일이겠다. 여기서 더 갈 데 없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 없는 몸, 그것은 詩의 특성이며 詩人의 현재 마음이다.
가까운 곳에 마음을 두고도 가깝게 닿지 못한 실정, 어쩌면 정말이지 아주 먼 곳을 헤아려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죽음의 세계에서 더는 깨어나지 않는 영면으로 말이다.
鵲巢進日錄
여러 사람이 앉았습니다 한 사람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갑니다 다시 한 사람이 들어와 자리에 앉습니다 차를 주문하고 차를 마십니다 아까 나갔던 한 사람이 다시 들어옵니다 자리에 앉습니다 머리를 흔듭니다 탁자가 흔들리고 잔이 출렁거립니다 한 사람이 앉아 있고 다른 모든 사람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차는 혼자서 마시다가 빈 잔을 놓아둡니다 한 사람이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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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엉아, 까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