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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story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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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97회 작성일 15-07-09 12:27

본문

굴 story

 

 

     김경주

 

 

 

 

어떤 지도에 밤을 표기하면

아무도 모르는 마을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고

 

어떤 밤에 아무도 모르는 지도를 펼치면

자신이 알고 있던 마을이 하나 사라진다

 

 

 

 1

 화가가 수몰 지구 앞에서 화폭을 폈다

 오래전 물에 잠긴 마을을 그림으로 복원하는 중이다

 

 세필로 댐을 부순다

 

 어떻게 그림 속으로 수몰된 마을을

 다시 데려올 것인가

 고민 끝에 먼저

 그는 물에 잠긴 마을을 그린후

 그림 속에서 물을 점점 비워보기로 했다

 

 

 2

 붓을 그림의 수면 아래로 깊이 넣고 휘젓자

 마을이 붓에 출렁 흔들렸다

 (그런 밤엔 자신의 뼈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전 수면으로 찾아오던 마을의 주민이 되기로 했다)

 

 붓은 물속의 마을을 조금씩 화폭으로 옮겼지만

 사람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거 자꾸 그림 속에 물만 채우는 것 같군'

 그는 그리는 것을 멈추고

 그림 속 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마을이 드러날 때까지 말이야'

 

 

 3

 그림 속에 가득 찬 물로 인해 수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물속으로 내려간 몇 개의 붓이 익사했다

 그는 햇볕 아래서 붓의 장례를 치러주고

 그림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화가는 그림 속 물 안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뼈로 찾아오는 저녁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왜 수몰 지구 앞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소문엔 물속에 아무도 들어가보지 못한 숲이

 가라앉아 있다고도 했고

 그가 물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이상한 뼈들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4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화가는 늙고 지쳐가기 시작했다

 '저 물속의 마을을 내 두 눈에 감추어두는 편이 낫겠어'

 그는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일단 자신의 그림 속으로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몰래 밤을 하나 그려 넣어두었다

 물속으로 밤이 천천히 흘러 내려갔다

 그 밤을 그린 탓에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어두워진 탓에

 그는 다시는 그곳을 찾아가지 못했다

 

 저녁에 그 뼈를 찾아

 떠나는 나그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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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

  김경주 시인을 화가로 치자면 고흐에 가깝다. 강렬함의 극치가 극단에까지 닿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김경주라는 새로운 시문법을 구축했고 난해성을 띠고 있으나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시인이다. 독자들은 '오래전 물에 잠긴 마을'에서는 더 감흥할 것도 감동할 것이 없으므로 신출귀몰한 시인의 등장은 열광과 환호 그 자체이다. 시인 자신은 내재한 서정성을 흘리기도 하지만 또한 눈먼 자들을 이끌려는 친절함으로 그가 새롭게 내놓은 시문법 해설서를 쓰기도 한다. 『굴 story』는 그런 면에서 자전적 고백이고 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쓰여지는가를 보여주는 경우의 수라 해도 마땅하다. 그러니까 내 필법은 이런 식입니다,하고 자백한 셈이다.
  '댐을 부순다' 무엇으로?,
  과거를 전복하지 않고 새로움이란 없다. 물기에 젖은 흥건한 언어로는 가짜 감정이 유발되지만 건조하고 이성적인, 그리고 섬세한 필치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우리가 외면했거나 놓친 감각들을, 어떤 그늘과 볕의 불분명한 경계들을 호명한다.
  '물에 잠긴 마을을 그린 후
  그림 속에서 물을 점점 비워보기로 했다'
  이 문장은 김경주가 사라진 세계를 복원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시인의 감각으로만 새롭게 드러나는 '마을'이다. 그 마을은 poetry이고 그 마을 사람은 poem이다. 그는 그렇게 쓴다. 불가능을 붓만으로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김경주 시를 끌어가는 힘이다.
  그러나,
  '자신의 뼈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인 자신조차 모호한 세계로 잠기면 완전히 연체가 될 것이므로 '뼈'는 입에 물고 도강할 것, 그래야 강 건너에서 새롭게 형체를 구축할 수 있다. 그만의 골격이 없다면 강을 건너가는 사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하나의 물결로 그칠 것이다.
  '붓의 장례'
  눈 없이 볼 수 있는 세계, 귀 없이 들을 수 있는 소리, 흔적도 없었으나 자명하게 있었던 것들을 추종한 시인들은 간혹, 강을 건너려다가, 바닷물을 다 마시려다가 오히려 '익사'했다. 그들은 전위였으나, 첨병이었으나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
  '몰래 밤을 하나 그려 넣어두었다'
  '저녁에 그 뼈를 찾아
  떠나는' 김경주가 있다.
  이 시는 김경주가 아무도 가지지 못한 감각으로, 수몰된 세계, 사라진 세계, 등등을 화폭에 옮기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서정적으로 운필하고 있는 시이다. 그는 '어두운 (굴) 이야기"를 통해 좋은 시가 어떤 것이다,를 발굴해내 환한 화폭으로 옮기는 절묘한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가장 개성 있는 가장 독보적인 시인의 경지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으므로 시 속에 들어가 시를 쓰기도 한다. 후대가 김경주 시작법을 읽을 때에는 시론이 아니라, 시 그 자체일 것이다. 시는 바깥도 없고 경계도 없다. 보이지 않은 것도 들리지 않는 것도 없다. 다만 청년 고흐가 돌아와 강렬함을 또는 깊디깊은 서정성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으므로 우리는 담수량이 풍부한, 가뭄에도 넉넉한 거대한 댐 하나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또 누군가, 그 댐을
  부수려 불타는 혜성이 등장할 것이다.


    ─ 활

김학지s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학지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경주 시인은 저와 갑장인데요. 그분도 나이 40이 넘어 가면서 시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제 인생이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인지
저는 김경주 시인처럼 안되려고 노력 합니다.
신춘문예 당선 되기 전에 전국 대학 공모전을 휩쓸 때 그의 시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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