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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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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로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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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8회 작성일 19-02-0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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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로(行路)

이상


기침이난다. 공기(空氣)속에공기(空氣)를힘들여배얕아놓는다. 답답하게걸어가는길이내스토오리요기침해서찍는구두(句讀)를심심한공기(空氣)가주물러서삭여버린다. 나는한장(章)이나걸어서철로(鐵路)를건너지를적에그때누가내경로(經路)를디디는이가있다. 아픈것이비수(匕首)에베어지면철로(鐵路)와열십자(十字)로어울린다. 나는무너지느라고기침을떨어뜨린다. 웃음소리가요란하게나더니자조(自嘲)하는표정(表情)위에독(毒)한잉크가끼얹힌다. 기침은사념(思念)위에그냥주저앉아서떠든다. 기가탁막힌다.


【감상】

   기침은 내부가 발산해서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이다. 내부의 공(空)과 기(氣)가 외부로 침투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 기(氣)가 힘들다. 각혈(喀血)이란 뜻이다. 그 각혈은 구두점(句讀点)으로 형상화되었다. 그 핏자국조차 외부 공기는 삭혀버린다. 심심한 공기는 화자의 고통에는 무심한 상황을 나타낸다.

    피를 뱉고 사는 삶이 지난한데 책장(冊張)을 넘긴다. 화자가 삶의 한 장(章)을 넘긴다. 그곳엔 철로(鐵路)가 있다. 완강하게 뻗은 길이 있다. 무쇠처럼 단단하고 서로 닿지 않은 두 갈래 길이다. 단속적으로 기침하듯 침목(枕木)이 놓여 있다. 길을 끊어놓은 형태이고 호흡을 불편하게 하는 기침이고 또 길을 지탱한다. 그 경로를 함께 디디는 것은 화자의 각혈이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철로와 열십자를 이루고 있으므로 고난의 연속이고 불가항력의 상황에 이끌려 있다. 웃음소리는 자조이며 기침소리이며 그런 상황에 한 페이지를 간신히 넘길 상황에 독한 잉크(각혈)는 또 방해되고 지체가 된다. 잉크가 엎질러지듯 각혈은 삶을 일그러뜨려 놓았다.

    사념(思念)조차도 붉은 피에 젖어 흥건하다. 각혈하느라 아무것도 돌이켜볼 수 없다. 기(氣)가 막힌 데도 생기를 뿜은 게 아니라 피를 토할 수밖에 없다.
    이 시는 화자가 기침하다, 즉 잠자리에 일어나 기침(각혈)하는 상황으로 시작해서 답답한 철길을 건너고 다시 책을 읽는 상태로 요약할 수 있지만, 모든 행로에는 핏물이 남고 또 그것이 불편한 쉼표처럼 놓여 있다.

    연속적으로 배열된 문장(줄글)에서도 화자가 처한 상황이 연출되고 의도되어 있다. 또한 기침하여 뱉었으나 시의 말미에선 기(氣), 그러니까 생기가 막힌다.


    처절한 자아의 처절한 길이다. 폐결핵과 시대적 절망이 시인에게 붉은 피를 흘리게 했던 셈이다. 우리는 어느 불행한 시대 불행한 시인의 혈흔을 읽은 셈이다.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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