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김진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청춘 / 김진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6회 작성일 19-02-07 13:12

본문

    청춘 / 향호 김진수

     - 달밤*

 

 

     그제, 내가 본 당나귀는 흰 부리망을 쓰고 활짝 핀 장미를 지고 있었다. 흰 부리망 속에 쫑알거리는 입술과 코, 장미보다 붉은 잇몸, 노란 장미 꽃잎 허기진 이빨을 감춘. 그렁한 눈망울, 그 긴 속눈썹 사이로 뜬 초승달이 전하는 말, 아무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붉게, 붉게 덧칠된 속내마저 덮어지고, 꽃을 지고 온 날 밤은 어김없이 신열을 앓았다. 살갗에 가시가 돋았다. 가시는 자라 심장을 꿰뚫었다. 피 흘리는, 끝내 오지 않는 새벽, 머리에 꽂은 꽃이 뛴다. 꽃 한 송이 물고 다시 일어난 당나귀가 뛴다. 흰 이빨 드러내는 꽃샘추위, 눈 비비는, 막 벙그는 꽃잎에 소금을 뿌려도 봄은 봄이다. 이렇게, 이토록 눈부신

 

    * 사석원의 캔버스 유채(80.3 x 116.8)

 

 

     한 때 젊음을 보냈던 시절은 흰 부리망 같은 세계관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당나귀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무작정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나귀가 지고 있었던 책임감, 장래를 위해 달려야 했던 여로는 한 더미의 장미처럼 우리는 기억으로 남는다. 詩人은 그 기억에 대한 추억을 기리며 畵家 사석원의 화폭을 빌려 얘기한다.

     畵家 사석원의 그림을 보면 당나귀는 붉은 장미를 가득 지고 있다. 입술과 코는 흰 부리망에 가려지고 눈망울은 또롱또롱 하다. 배경은 별빛 빛나는 밤이며 낫 같은 초승달이 당나귀를 바라보고 있다. 비록 넓지는 않지만, 새카만 대지를 네 다리로 짚고 앞만 바라본다.

     이 수많은 장미를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가시에 찔렸을까! 그 가시는 또 내 가슴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당나귀의 두 눈망울은 암묵적으로 대변하듯 굵고 선명하기까지 하다. 수 없이 많은 별빛처럼 詩人의 마음을 내려다보는 것은 이 시대의 어떤 거리감을 표현한 것이지만, 깜깜한 밤은 결코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화백의 그림 한 폭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것이며 詩人또한 눈부실 만큼 수작을 이루었음이다.

     부중치원負重致遠이라는 말이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곳을 향해 간다는 뜻이다. 중요한 직책職責을 맡음을 의미한다. 출전은 삼국지三國志, 촉지蜀志, 방통전龐統傳이다. 힘든 일을 이겨내는 것도 약간의 보는 관점에 따라 덜어질 수도 있다. 소처럼 지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겪는 일을 장미()를 담듯이 또 지고 가는 듯이 생각하면 걷는 이 길도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7건 3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13
40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6-13
40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6-12
40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6-12
40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 06-09
40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6-09
40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6-09
40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1 06-08
40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08
40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 06-07
40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6-06
40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6-06
40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05
40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6-05
404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6-05
40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6-04
40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6-03
40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06-01
40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 06-01
40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5-31
40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31
40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5-30
40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30
40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5-29
40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 05-29
40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5-28
40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5-28
40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27
40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5-27
40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1 05-25
40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5-24
40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23
40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23
4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5-22
40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5-21
40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21
40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21
40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5-19
40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5-19
40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5-19
4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5-18
4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5-18
40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5-17
40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5-17
4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5-16
40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5-16
401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05-16
40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5-15
4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5-15
40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05-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