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계단 / 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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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3회 작성일 19-02-08 01:21본문
끝없는 계단 / 정채원
영문도 모르고 반짝이던 유리날개들
내 귓불에 매달린 나비 귀걸이와
물빛 노트를 쥐여주고
그가 손을 흔들며 돌아섰을 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나도 난간에 기대 손을 흔들었지
그가 계단을 다 내려가
문을 열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나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었을 때
웃으며 한 발 내디뎠지
나는 구르기 시작했지
문은 반쯤 열린 채
닫히지 못하고 있지
그는 구르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지
지금도 구르고 있지
여긴 어디쯤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아직도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지
반쯤 닫힌 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고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지
언제쯤 나는 바닥에 닿을 수 있나
언제쯤 어혈을 풀 수 있나 나는
언제쯤 나를 다 쓸 수 있나
밥을 먹을 때도
동사무에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나는 끝없이 계단을 구르고 있지
그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지
문을 닫지 못하고 있지
* 정채원 : 서울 출생, 1996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강> 등
< 감 상 >
여기서 그가 계단을 내려간다는 것은 철들지 않은 나를 살아가기 험악한
현실 세상에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부모, 형제, 친지가 아니겠는가?
그가 계단(험악한 인생사를 사는)을 내려가는 동안 나는 영문도 모르고
(어렸기 때문?)난간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다 내려갈 때 쯤, 그들 보다 빠른 속도( 구르면서)로 나도 그들이 밟은 인생
그 항로를 밟기 시작한다
그들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염려하는 마음) 있고 나는 계속 어렵고 힘든 이
세상을 오늘도 혼자서 헤쳐나가고 있다
독자로서의 추측일 뿐, 화자의 진정한 속내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구태여
알아야할 필요성도 없지 않은가
詩쓰기는 제2의 창작(화자가 만들어 올린 이미지를 보고 독자는 독자 나름의
경험과 상상력, 판단력등의로 새로운 이미지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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