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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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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2회 작성일 19-02-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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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감상]

   "감각하는 자와 감각적인 것은 두 개의 외항으로서 대면하지 않으며, 감각은 감각적인 것이 감각하는 자로 침투하는 것이 아니다. (...) 나의 시선은 색과 한 쌍을 이루고 나의 손은 단단함과 부드러움과 한 쌍을 이루며, 감각의 주체와 감각적인 것 사이의 이러한 교환에서 우리는 하나는 능동적이고 다른 하나는 수동적이라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할 수 없다." -모리스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를 접붙이면,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과 병합되면서 시공간에 결락이 생긴다고 한다. 이 결락은 새로운 이미지를 낳는 힘이라고 한다.

   1연은 "엄니, 엄니" 부르며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우는 자가 등장한다. 엄마는 극단적인 상황이거나 처절한 상황이거나, 본능적으로 무언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 등등 간헐적으로 뱉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절실한 것은, 존재의 출발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는 첫울음이 그렇듯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관통해 있는 존재이다.

   2연에서, "아침길에 슬쩍 보니" "한 사내가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이 있다. 1연의 감각과 2연의 감각은 동일한 "울음소리"의 범주에 있다. 그러나 사건은 달리 놓여 있다. "깊은 밤"과 "아침 상머리"로 사건에 간격이 생긴다. "뒤척대다 잠들었다"와 "꿈이었나 했다" 그리고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의 부정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이 조응한다.

   시의 간격을 통해 지체하고 독자가 시 안에 떠돌도록 하는 화자의 능청과 시치미가 있다. 사건을 심화해서 더 깊이 아로새기는 방법으로, 이 시의 감각은 두드러진다.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의 감각적인 표현과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는 흔적" 이 두 문장으로 이 시는 절정의 순간을 보여준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두 사건의 병합이며, 이원화된 화자는 자기 자신을 나타내기도 한다. 타자이면서 화자로의 감각의 접붙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악의 지경에도 "땅을 뚫고 나가려는" 그 흔적은, "엄마"를 호명하면서 생기는 힘이다. 막다른 길에서, "머리 처박고" "가로등 없는 데서" "묵묵히" "뒤척대다" "망설이며" "오소소 돋던 소름" 이런 것들은 활로를 뚫는 전주곡이며, 눈물이 길을 뚫는 서곡이었다.

   이 시는 멜랑콜리의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맞닥뜨리는 현실적 막막함에서, 자아를 박차고 나와 물기 젖은 길을 만드는, 절박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자, '아무도'에서 '누구나'로 통하는 장도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샘물과도 같은, 그 맑은 결정체에 관한 얘기이며 탁월한 시적 감각으로 감각의 통합을 이룬 사건이다.


     °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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