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 오 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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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3회 작성일 19-02-15 21:18본문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오인태
그 여름 내내
기차는 하필 잠들지 못하는 늦은 밤이나
너무 일찍 깨어버리고야 마는 새벽녘에야
당도해서 가슴을 밟고 지나갔다.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는 것임을
그 해 여름 그 역 부근에 살면서,
한 사람을 난감하게 그리워하면서
비로소 알았다. 낮 동안 기차가 오고,
또 지나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딸랑딸랑 기차의 당도를 알리는 종소리는 늘
가슴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 순간 레일 위의 어떤 금속이나
닳고 닳은 침목의 혈관인들 터질 듯 긴장하지 않았으랴.
이어 기차는 견딜 수 없는 육중한 무게로 와서는 가슴을
철컥철컥 밟고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아주 짧게, 그러나
그 무게가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는지를
아, 기차는 모를 것이다
201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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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짜여진 시다.
기차를 매개로 하여,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가슴 뜀을, 짧은 시간의 스침에 대한 아픔을 이렇듯 정갈하고 정돈한 시어로 차분하게 나타내는 힘.
시종일관 기차의 바퀴소리가 철컥철컥 내 가슴을 지나갔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 여름, 그 해 여름 그 역 부근
이거였구나.
막연한 그리움에 빠져든 것은.
'그'라는 지시대명사 때문이었다.
특정한 것과 동시에 불특정한 다수를 지칭하는 포괄적 의미.
시인에게는 명확한 시점과 공간이나, 그 외의 이들에게는 다른 시공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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