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눈사람/ 박홍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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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0회 작성일 19-02-18 09:16본문
봄날의 눈사람
박홍점
신발을 바꿔 신고 오느라 늦었다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오느라
어머니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느라
즐겨듣던 음악 같은 손들에게 인사만도 해가 짧아
마당 가에 열린 눈물을 닦느라 늦었다
웃으세요, 웃으세요 일제히 사진을 찍느라 늦었다
목이 긴 젊은 아내가 울었다
넓고 넓은 바닷가 눈물로 빚은 몽돌들 지고 오느라 늦었다
태풍을 예고하는 놀란 쥐떼들 달래느라
스무 살 아기에게 불린 젖을 먹이느라 늦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이 눈치 저 눈치 방패가 무거워서 늦었다
노를 저어 줄 사공이 탈이 나서
겨울 지나고도 유난히 그늘이 짙었다
더 많은 꽃송이 준비하느라 늦었다
헐레벌떡 봄꽃 피고 있다
프로필
박홍점 : 전남 보성, 서울 예대 문창과, 문학사상 등단, 시집[차가운 식사]
시 감상
아주 가끔은 어떤 일에 늦을 때가 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것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면에 정해진 시간보다 늦을 때, 한 번쯤 관용을 베풀어보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해와 관용은
때론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베풀어줄지도 모른다. 그게 인생이다.
간혹 풀어진 자유라는 말이 더 그리울 때가 있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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