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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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97회 작성일 19-02-25 08:28본문
구두
박진형
구두가 병상에 누워있다
산동네 비탈길을 콧노래 부르며 걸어오던 구두
터벅터벅 혼자 눈물 감춘다
뒤축은 가정의 무게를 잡아주는 저울이었다
해진 것은 아버지였다
구두코 벌어지고 뒷굽이 닳을수록
아버지 몸에 암세포 퍼져갔다
구두는 말기 암환자 병실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앙상해져 검불 같은 몸뚱이만 남은 구두는
아버지를 닮아갔고
맨발이 빠져나가 텅 비어있는 자리에는
아버지 발톱이 하나 남아 있었다
프로필
박진형 : 시에 신인상, 서울대 불어교육과,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용인외고 교사
시 감상
불현듯 겨울이 간다. 창백하게 늘어선 빌딩 사이 스며드는 햇살, 문득 아버지가 그립다.
옷을 파는 사람은 사람들의 옷만 본다. 구두 파는 사람은 구두만 본다.
그리움을 파먹고 사는 사람은 그리움만 본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무엇을 보고 살았을까? 우리들이다.
말기 암을 앓으시면서도 내내 아버지가 보고 있는 것은 자식들이었을 것이다.
바쁜 핑계로 그리움조차 내던져버리고 살지 말자. 아버지는 나의 거울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는 나의 거울이다.
일상 바쁘게 산다고 하지만, 정말 바쁜 것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하게 합니다. 형님
빠른 길은 무엇인지 찾다가 정말이지 빠른 길은 없고 오히려 어려움만 가중되었지요.
아버지
아버지는 나의 거울이자 나의 겨울인 듯 잠시 느끼고 가네요..
월요일 벌써 2월 마지막 주 월요일입니다.
건강하시고요..자주 인사 드리지 못해 송구하구요.. 형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에서 정도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진리 같은 것....
빠른 길은 없습니다.^^
갈 수 있는 길이 있을 뿐.
감사해요..건강하시구요.아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