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본제입납 - 허영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봄, 본제입납 - 허영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安熙善4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4회 작성일 19-03-13 22:03

본문



 

, 본제입납

                    - 어느 실직자의 편지


봄은 땅을 지펴 온 산에 꽃을 한 솥밥 해 놓았는데 빈 숟가락 들고 허공만 자꾸 퍼대고 있는 계절입니다
라고 쓰고 나니
아직 쓰지 않은 행간이 젖는다

벚꽃 잎처럼 쌓이는 이력서

골목을 열 번이나 돌고 올라오는 옥탑방에도
드문드문 봄이 기웃거리는지,
오래 꽃 핀 적 없는 화분 사이
그 가혹한 틈으로 핀 민들레가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봄볕과 일가를 이루고 있다

꽃들이 지고 명함 한 장 손에 쥐는 다음 계절에는 빈 손 말고
작약 한 꾸러미 안고 찾아 뵙겠습니다 라는 말은
빈 약속 같아 차마 쓰지 못하고

선자의 눈빛만으로도 당락의 갈피를 읽는 눈치만 무럭무럭 자라 빈한의 담을 넘어간다 라고도 차마 쓰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다 그치는 봄날의 사랑 말고 생선 살점 발라 밥숟갈 위에 얹어 주던
오래 지긋한 사랑이 그립다 쓰고
방점을 무수히 찍는다. 연두가 짙고서야 봄이 왔다 갔음을 아는
햇빛만 부유한 이 계절에,




* 본제입납(本第入納) :
자기 집에 편지할 때에 겉봉 표면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쓰는 말


                                                                                                           - 허영숙




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집, <바코드 2010> <뭉클한 구름 2016> 等



---------------------------

<감상 & 생각>

본제입납(本第入納), 아니 본가입납(本家入納)이라 할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은 내면화의 풍경이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묘사된 느낌입니다

이 시를 읽으니 (꼭이 부제 副題가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 역시 IMF때 실직을 하고 몇년인가 뜬 구름처럼 헤매이던 그 어느 해
뼈속까지 차가웠던 봄날도 생각납니다

그때는 화사한 봄빛마저 시퍼런 작두를 들고 달려드는 느낌이었죠

생경(生硬)한 봄풍경의 아픔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으로 삼는 것을 넘어,
먹고 사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게 더욱 더 황량해지기만 하는 이 시대의 아픔이
곧 우리 모두의 아픔임을 의미하고 있는 연대감(連帶感) , 그 소중함 같은 것

- 오늘도 실직자들은 사방을 떠돌고.. 매일 우수수(憂愁愁) 자살하는 사람들

뭐, 그래도 봄이라는 계절은 그런 인간사(人間事)와 하등 관계없이
저 홀로 너무 눈부시어 마주 볼 수 없고..

하지만, <봄>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를 갖고 어둠과 빛이 서로 몸을 섞듯한
심상의 나래를 펴는 백일몽(白日夢)의 세계에
화자(話者)의 현실 내지 어둠을 때로는 꿈꾸듯이, 때로는 처연(悽然)하게
서정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음이
그 언젠가는 빛을 볼, 방점(傍點)찍힌 개화(開花)의 꿈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 희선,
 


 


梨花雨 흣뿌릴 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10-14
41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10-06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0-05
411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 10-04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 10-02
41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0 09-21
410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09-17
410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 09-15
41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 09-13
41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09-09
41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09-09
41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9-09
41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9-09
41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9-09
409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9-08
40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09-07
40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9-07
409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08-31
4095 온리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8-27
409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08-24
40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08-17
409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2 0 08-10
409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0 08-08
409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08-04
40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 08-01
408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0 07-27
4087
신발 =장옥관 댓글+ 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 07-23
40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7-20
408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0 07-13
40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 07-07
408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07-06
40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0 07-01
40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7-01
408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0 06-29
40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6-28
40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6-28
407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6-27
40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6-27
40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6-26
40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6-26
40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06-25
40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6-25
40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06-23
40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06-23
406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1 06-22
40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6-20
40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6-20
40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6-19
40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06-18
40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6-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