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斷指) /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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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0회 작성일 19-04-05 03:04본문
단지(斷指) / 손택수
간밤에 못물이 얼어붙고 말 것을
너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못물 속에 잠긴 버들가지
손가락 하나가
얼음 속에 끼여 있다
피 한 방울 통하지 않도록
옴짝달싹 못하게 꽉 조여 있다
손가락이 반쯤 달아나다 만
버드나무, 허연
속살을 드러낸 생가지
뭉툭해진 끝에서
뚝, 뚝, 노을이 진다
내일 모래면 입춘, 얼어터진
땅이 그걸 받아먹고 있다
* 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신춘문예 시 등단, 2011년
제3회 임화문화예술상, 2011년 제43회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수상
< 감 상 >
아무리 자연을 노래한다 해도 그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노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이다
버들가지가 얼어 붙어 옴짝달싹 못한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고통, 그 고통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 본다
여기서 노을이 주는 이미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결빙 속에서
이르는 죽음인데, 내일 모래면 입춘, 드디어 희망이다
고통의 현실은 끝내는 극복될 수 있다는 버들가지의 견딤에서
인생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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