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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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3회 작성일 19-04-22 08:34본문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프로필
함민복 : 충북 충주, 서울예대, 김수영 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외 다수
시 감상
곧 오월이 온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주춧돌은 부부다.
백년해로를 약속하며 혼인을 했지만 요즘 시대는 십년해로도 어렵다.
어느 한쪽의 주장이 너무 강하거나 성격이 다르다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쉽게 갈라선다.
긴 상을 펼치듯 서로가 서로의 등을 읽거나 걸음을 읽거나 높이 조절을 잘하거나,
모든 행위는 혼자 하지 못한다.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을 그조차 힘겹게 생각한다. 팔순이 다 된 노부부의 등이 따듯하다.
그 뒷모습에 우리가 아름답게 느끼는 삶이 있다.
사랑하기 전, 미리 배울 것은 배려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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