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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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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치워라, 꽃!/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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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80회 작성일 19-04-24 10:17

본문


치워라, 꽃!


이안

 

 

식전 산책 마치고 돌아오다가
칡잎과 찔레 가지에 친 거미줄을 보았는데요
그게 참 예술입디다
들고 있던 칡꽃 하나
아나 받아라, 향(香)이 죽인다
던져주었더니만
칡잎 뒤에 숨어 있던 쥔 양반
조르륵 내려와 보곤 다짜고짜
이런 시벌헐, 시벌헐
둘레를 단박에 오려내어
툭!
떨어뜨리고는 제 왔던 자리로 식식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식전 댓바람에 꽃놀음이 다 무어야?
일생일대 가장 큰 모욕을 당한 자의 표정으로
저의 얼굴을 동그랗게 오려내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퉤에!
끈적한 침을 뱉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시집『치워라, 꽃!』 (실천문학사, 2007)

 

 

 ------------------

  어릴 때 왕거미가 줄을 친 것을 보았다. 크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은 원모양이 1미터쯤 되는 것 같았다. 거미줄이 크듯이 거미도 크기가 엄청 컸는데 그물에 잠자리가 걸린 것을 보고는 문득 저 거미줄이 얼마나 끈끈한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풍뎅이를 잡아서 던져 보았다. 그물이 크게 출렁거리자 거미줄이 끊어질 새라 그 큰 거미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나오더니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것처럼 안개를 모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하얀 실을 똥구멍에서 꺼내어 풍뎅이를 이내 친친 감아버렸다. 그리고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나중에 천천히 만찬을 즐기려는지 유유히 몸을 숨겨버렸다.

 

  이 하얀 실은 각각 백 쌍이 넘는 이상선과 포도상선이란 작은 실샘에서 한꺼번에 뿜어나오는데 여기에 갇힌 풍뎅이는 버둥거리는 것도 잠시 금방 옴짝달싹도 못하였다. 거미줄이 보기보다 튼튼하다는 것을 안 나는 그 다음에 풍뎅이보다 더 큰 사슴벌레를 잡아서 던져보았더니 발판 실에 다리를 걸고 먹이가 잡히기를 기다리며 숨어있던 거미가 잽싸게 내려와 영맹하게 대항할 것 같은 사슴벌레도 일격에 포박을 당하고 말았다.


  나는 거미에게 다행히도? 먹지도 못하는 꽃을 던지지 않고 먹이를 던져 주어서 거미로부터  자칫하면 집이 부서질 뻔했다고 욕을 얻어먹지 않았지만 시속에 화자는 향은 죽이지만 먹지도 못하는 칡꽃을 던진 모양이다. 그래서 거미로부터 '이런 시벌헐, 시벌헐' 욕을 얻어 먹는다. 장사꾼이 마수걸이를 하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물건만 마구 흩뜨려 놓고 나가는 양심머리 없는 손님의 등뒤에  소금을 뿌려대는 것처럼 재수 없다는 듯 거미에게 침까지 내뱉는 모욕을 당한다.

 

  살아가면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본다. 배고픈 사람에겐 밥이 필요하고 추운 사람에게 옷이 필요한데 연말에 누구를 도와준다고 하면서 내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그 사람도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쓰레기 치우듯이 던져주고 오지 않았는지 생각을 해본다. 꼭 물질적 해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수 같은 말을 송곳처럼 하여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마음의 상처는 주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본다.

 

  「치워라, 꽃!」은 이 시가 들어있는 시집의 제목인데 김신용의 「도장골 시편」에 '민달팽이'란 시의 끝 행에 '치워라, 그늘!'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알몸으로 햇볕에 노출되어 한없이 느릿느릿 가는 민달팽이를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배추 잎을 씻고 있던 그의 아내가 배춧잎으로 덮어주자 민달팽이가 배춧잎 옷이 거추장스럽다고 하는 말이다.
 

  아래의 글은 이안 시인이 <치워라,꽃!과 치워라, 그늘! 사이> 라는 제목으로 직접 쓴 글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예이츠의 '하늘의 옷감' 에서 보듯 작품의 포맷이 비슷한 시도 있지만 시의 구절이 비슷한 것은 부지기수이다. 미리 본 적이 없어도 작품이 많다보니 같은 유사한 문장이 나올 수도 있겠고 본 적이 있었다면 주를 달아놓으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한 구절 한 문장을 두고 시시비비를 할 일은 아닐 일이다.

 

 

'치워라,꽃!'과 '치워라, 그늘!' 사이 / 이안

 


어느 문학 세미나에 갔더니
청중 한 분이
김신용 시인의 <도장골 시편>을 읽어봤냐고
거기 "치워라, 그늘!"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알고 있냐고
그래서 읽어봤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치워라, 그늘!"은
김신용 시인의 시집 <도장골 시편> 가운데 '민달팽이'란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치워라,꽃!'은 내 두 번째 시집의 표제작품 제목이다.

 

내 시집이 김신용 시인 시집보다 늦게 나왔으니
그렇게, 표절 아니냐고 여길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마는
그건 오해다.

 

내 작품 '치워라,꽃!'은 <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발표한 작품이고,
김신용 시인의 '도장골시편_민달팽이'는 <문예중앙>2006년 봄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건, 내 작품 제목을 김신용 시인이 시의 한 구절로 표절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선후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이안이 김신용을 표절했다, 뭐 이런 생각은 하지 마시길!

김신용이 이안을 표절했다, 뭐 그런 생각도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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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북수유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의 결구는 이안 시인이 쓴 시
치워라, 꽃! 제목과 비슷하다.

창작과 모방의 한계가 단어인지, 문장인지 구와절 어디까지일까
생각을 해보게 한다.

쿠쿠달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쿠쿠달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생각하면 시 한구절을 쓸 수가 없어요.

수많은 유행가 가사 수많은 싯구들

다 비슷합니다. 사는게 다 비슷하니까

그러나 시풍이 다르고 다가오는 시대마다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요.

좀 갖다 쓰면 어떻습니까 그말 외에는 표현할 길 이 없을 때도 많아요.

그저 제 생각일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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