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풋 / 석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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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16회 작성일 19-04-30 16:10본문
빅풋 / 석민재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탭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아기처럼 엄마처럼
절벽 끝에서 놀고 있다
-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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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음은 마지막 놀이. 절벽 끝에서 왼발, 오른 발, 스탭을 맞추다, 깜박 잠이 들면 끝나는, 놀이인 줄 시인은 어떻게 알았을까. 누가 지고 누가 이기는 놀이인지 몰라서, 나는 이 시에서 잠시 놀다, 한참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발 끈을 매면 왜 자꾸 삶은 달아나는 지, 눈물은 왜 늘 뒤통수에서 훌쩍이는 지, 바보처럼 원망했다. 생각해보니 절벽 끝에서도 아기처럼 엄마처럼 눈부시게 놀면 되는 것인데, 울까-웃을까- 스탭을 맞추고 삶을 놀리기도 하면서 한바탕 놀다 가면 되는 것인데. [이명윤]
댓글목록
미소님의 댓글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는 경제력과 이별의 낭떠러지에 있고 엄마는 생의 절벽에 있나 봅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엄마의 위독한 상태와 아버지의 가슴조리는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문체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네요, 서피랑 시인님 !
좋은 시에 오래 머물다 갑니다
못지않은 감상문 감사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참 좋지요, 눈을 떼기 힘든 시,
미소님의 차분한 시도, 이 코너의 감상도 즐겨보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멋진 오월 열어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