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노트를 사러 가며 - 김승희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흰 노트를 사러 가며 - 김승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19-05-05 09:56

본문



노트를 사러 가며


외로운 날엔
흰 노트를 사러 갑니다.
소복소복 흰 종이 위에
넋을 묻고 울어야 합니다.

황혼이 무서운 곡조로
저벅저벅 자살미사를 집전하는
우리의 불길한 도회의 지붕밑을 지나
나는 흰 노트를 사러 갑니다.
면죄부를 잔뜩 사는
탐욕스런 노파처럼
나는 흰 노트를 무섭도록 많이 삽니다.

간호부-수녀-어머니-
흰 노트는 피에 젖은 나의 정수리를
자기의 가슴으로 자애롭게 껴안고
하얀 붕대로 환부를 감아주듯
조심조심 물어봅니다.
고독이 두렵지 않다면
너는 과연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이 고통스러운가고

세상에는 너무나 무능하여
성스럽게 보이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무능한 순정으로
무능한 순정으로
흰 노트는 나를 위해
정말 몸을 바칩니다.

외로운 날엔
흰 노트를 사러 갑니다.
미칠 듯한 순정으로
미칠 듯한 순정으로
또박또박 흰 종이 위에
나는 또 내 슬픔의 새끼들을 수북이 낳아야 합니다.




                                                          - 김승희

 


    1973년 《경향신문》에 시 <그림 속의 물>이 당선되어 등단,

    1994년 《동아일보》에 소설 <산타페로 가는 사람>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태양 미사》 《33세의 팡세》 《솟구쳐 오르기》

    《산타페로 가는 사람》 等





    <감상 & 생각>

     

    우리들은 우리 자신 안에 (원래 內在해)있는,

    순정純正한 사랑을 너무 경시輕視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가뜩이나, 삶의 일기日記가 사랑의 일기인 일은 드문 이 때에...


    나 자신, 진정으로

    나 아닌 이웃에게 순정한 사랑의 눈길을 돌려본 적이 있던가.


    살아오며, 그런 척한 적은 많았겠지만.



    시를 읽으며,

    나는 나의 흰 노트에 무얼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순정한 고해告解를 기다리고 있는 그 흰 노트에...


    창백한 나의 영혼은 무얼 쓸 수 있을까.


    시인은 수북이 쌓여가는 슬픔이라도 적겠다고 하지만,

    과연 나는 무얼 쓸 수 있을까.


    이때껏 나만을 위해 살아왔던, 나는...


                                                                                  - 熙善,


     


    Ave maria (Angeles) - Emiri (Violin)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88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56 0 07-07
              17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05-23
              1786 bluemarbl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5-22
              1785 bluemarbl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5-20
              17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5-20
              17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05-20
              1782 bluemarbl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5-18
              1781 bluemarbl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 05-18
              178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5-17
              17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5-17
              177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5-14
              1777 安熙善005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05-13
              177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5-13
              177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5-11
              177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5-08
              17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 05-08
              1772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1 05-07
              1771 흐르는강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5-07
              1770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5-06
              176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5-06
              열람중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05
              17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5-05
              1766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4
              1765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4 05-03
              17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5-02
              176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1 04-30
              1762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4-30
              17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1 04-30
              176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4-30
              17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1 04-29
              175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4-27
              1757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26
              175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04-24
              17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4-24
              17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2 04-22
              17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4-21
              1752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1 04-20
              17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4-18
              1750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1 04-17
              174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4-15
              1748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2 04-14
              17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4-12
              174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4-12
              174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04-09
              17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4-09
              17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08
              174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4-05
              174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4-03
              17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4-02
              17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4-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