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며/ 문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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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13회 작성일 19-06-17 08:33본문
밥상을 차리며
문 숙
어느 문학상 시상식에 가서 축하 반 부러움 반을 섞어 박수 치다가
상복 없는 시인들끼리 모여 서로서로 시 좋다고 칭찬하다가
문학상은 못 받아도 밥상은 받고 산다는 한 시인 농담에 웃어주다가
밥상이 문학상보다는 수천 배는 값진 것이라고 맞장구치다가
밥은 없고 술만 있는 자리에서 헛배만 채우다가
집에 와서 식구들의 밥상 차린다
일생 가장 많이 한 일이 나 아닌 너를 위해 밥상 차린 일임을 생각하다가
오나가나 들러리밖에 안 되는 신세에 물음을 가져보다가
훌륭한 걸 따지자면 상 받는 일보다 상 차리는 일이라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 번쯤 상이든 밥상이든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이런 마음이 내가 나를 들러리로 만드는 것이라 반성하다가
이번 생은 그냥 보험만 들다가 가겠구나 생각하다가
밤새도록 나를 쥐었다 놓았다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프로필
문 숙 : 경남 하동, 자유문학 등단, 서울시 문화재단 문예 지원금 수혜, 시집[단추]외 다수
시 감상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받는 상이 밥상이라고 한다. 평생 몇 번쯤의 밥상을 받을까?
팔십 년을 산다고 가정하고 하루 두 세끼로 환산하면 대략 팔만 번 이상의 상을 받는다.
공양도 그런 지극정성의 공양이 없다.
늘 받는다는 것 때문에 밥상에 대한 상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반성하게 된다.
어떤 상이던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곱절은 더 힘들다.
받기만 하다 밥상을 한 번 차려줘 보면 바로 알게 된다.
상 차리는 일, 그것은 위대한 봉사며, 수양이다. 한 번쯤 차려준 이에게 차려줘 보자.[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늘 차리는 입장이다 보다 종종 짜증도 납니다
좀 가치 있는 일에 내가 나서면 좋겠다는 ~~~
하지만 곧 포기 합니다 주변머리 없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래도 배우기 시작한 <시>는 마음을 다해 차리고 있습니다
올려 놓으시는 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도움이 된다니...^^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