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 강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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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17회 작성일 19-07-26 06:37본문
첫 눈 / 강연호
죽은 자의 빈집에
산 자들이 다들 모여 왁자지껄 신이 난다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평생 웃음이 없던 그가 영정 속에서 웃고 있다
첫눈이, 아 --- 첫눈이
조등을 적시며 밤새 내릴 기세다
이 세상의 눈은 모두 첫눈인 듯 반갑고
이 세상의 사랑은 모두 첫사랑인 듯 그립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는데
평생 울고 싶었던 그는 왜 죽자고 웃고 있는가
그럼 울어? 첫눈인데?
우아한 용서는 첫눈이 다 한다
정말 이 세상의 죽음은 모두 첫죽음인데
초상집의 소주는 왜 이리 늘 달디단가
산 자들은 저마다 살 궁리에 바빠 돌아가고
죽어 빈집을 나온 그는 노숙이 걱정이다
* 강연호 : 1962년 대전 출생, 1991년 <문예중앙> 으로 등단
시집 <비단길> 등 다수
< 감 상 >
첫눈이 내리는데 평소 웃지 않는 그가 죽어 영정 속에서 웃고 있다
첫눈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미지와 충돌하여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희망과 발랄함이 허무와 허망과 어울어져서 눈 위의 발자국을 남기고
총총히 그가 사라지는 오늘은 즐거운 날인가? 슬픈 날인가?
그의 죽음을 알리 듯 첫눈이, 아- 첫눈이 내리는데 그가 떠난 왁자한 빈집에
소주는 왜 이리 달디단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쓸쓸히 죽어야만 하는가?
황병승시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는 늘 보고자하는 대상을 감싼 인식을 읋는다.
우리가 만나는 고적과 대상이 처음처럼 마주치는 그 곳에 존재가 있고 시가 있다.
누군가 시를 물으니 나 자신과의 조우라 한다. 또 다른 이 물으니 서정성이라 한다.
또 다른 이 물으니 인식과 격물 사이의 틈새라 한다. 다 맞고 다 틀린 답들.
강연호님의 시에서 그것을 읽는다.
고맙습니다.즐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