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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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5회 작성일 19-08-07 07:21본문
미장센 / 윤의섭
꿈속에선
공원 벤체에 앉은 아이의 뒷머리가 있었다
꿈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였는데
왜 거기 앉아있었을까
허름한 골목
페타이어 화분에 핀 채송화를 슬쩍 스쳐가는 바람은
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단역 배우처럼
서툰 벽화는 꼭 서툴러야 했고
담장 위를 걷던 고양이에겐 기억나지도 않은 오후겠지만
그래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잊을 수 있다는 기적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이다
그토록 사소한 종말들
악몽을 꿨는데 아이의 뒷머리가 또 놓여있었다
채송화는 시들어 죽었고
그 곁으로 바람은 여전히 불어야만 했다
산 너머에서 천둥치며 비구름이 몰려오고
나는 얼마나 잠깐 화창했던 생물이었던 걸까
비가 오기까지 나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 윤의섭 : 1968년 경기도 시흥 출생, 1994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등 다수
< 감 상 >
무대 위에서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장치, 조명 등에 관한 총체적
계획을 미장센이라 한다
내러티브 전역을 통해서 미장센의 역할이 세세하게 설명되고 있는데,
생경한 듯 연출되는 배역이라도 연출자의 철저한 통제아래 연출된다
- 그 곁으로 바람이 여전히 불어야만 했다
- 산 너머에서 천둥 치며 비구름이 몰려오고
- 나는 얼마나 잠깐 화창했던 생물이었던 걸까
- 비가 오기까지 나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어느새 화자도 극중 배우가 되어 비를 맞으며 벤치에 앉아 상상에 빠져있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보여지고 있다 (필자의 誤讀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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