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 서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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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5회 작성일 19-08-10 05:27본문
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 쪽과 저 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 쪽과 저 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 서정춘 :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시 <잠자리 날다> 당선, 2001년 제3회 박용래 문학상 수상
< 감 상 >
정겹고 다정한 서정이 듬북 담긴 살짝 민족 혼까지 곁드려진 시
지금은 아파트가 생겨 점점 살아져가는 빨랫줄이지만 아직도
시골 가면 알록달록 눈물 그렁이도록 아기자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빈 빨랫줄에서 표면장력으로 동그랗게 아롱지다가 바람이 불면
동글동글 떨어지는 은구슬!
화자는 촌철살인의 짧은 詩로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력을 지녀서
필자도 화자의 시를 좋라하는데,
필자가 좋아하는 화자의 또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죽 편 1 / 서정춘
-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 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대나무 한 그루에서 울어나는 이미지는 아득한 세월 속에
산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기적 울림처럼 그립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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