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고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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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06회 작성일 19-09-09 08:10본문
몰라
고증식
왜 다 헐리고 없는지 몰라
고향집 지척에 두고
그렇게 발걸음 한 번 하기 어렵더니
무슨 날만 되면 지병처럼 쿡쿡
꿈속을 달려와 찔러대기도 하더니
맘먹고 찾아온 추석날 아침
왜 묵은 콩밭으로 변해 버렸는지 몰라
낡아가는 지붕 아래
늙은 홀아비 혼자 산다고도 하고
홀어미 한숨으로
손주 놈 하나 붙들고 산다는 풍문만
잡초처럼 무성하더니
어릴 적 놀던 마룻장 떨어지고
왜 기왓장 쪼가리만 뒹구는지 몰라
몰라 정말 몰라
그리운 것들 왜 빨리 무너져 내리고
나는 늘 한 발짝 늦는 것인지
프로필
고증식 : 강원 횡성, 한민족 문학 등단, 시집[환한 저녁][단절]
시 감상
곧 추석이다. 갈수록 추석의 의미가 퇴색한다. 고향, 조상, 성묘, 벌초, 친척, 제사, 이런 단어들은 정말 그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단어일까? 혼밥, 혼술 등은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정작 情이라는 것 앞에서 내가 나를 낯설게 하는 행위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이다. 고향이 어렵다면 살았던 곳이라도, 갈 수가 없다면 진심을 담은 따듯한 전화라도, 이것도 저것도 어렵다면 늘 한 발짝 늦는 나를 되돌아보자. 독자 여러분의 즐겁고 차분한 한가위에 환한 보름달을 안겨드리고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벌써 마음이 환해 집니다~ 명절 .제사 그런 말들이 짐이 되고 짐이 될까 꺼내기 무서운 때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나는 뒤로 자꾸 가는데 그 어느쯤에 정이 남아 있어 서로 만나게 될런지요...
송편을 만들다 슬슬 도망가버리던 생각이 납니다~~
늘 건강하시고 명절에 반가운 가족들 만나시고 즐거운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