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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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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푸른 코끼리 /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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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3회 작성일 19-09-1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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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코끼리 / 홍일표


봉선사 연밭에 가면 나는 한 마리 코끼리가 된다

연과 연 사이

귀때기 파란 짐승이 내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온다


허리 구부정한 노스님이 지팡이 짚고 연밭 사이를 거닐고 있다

스님과 코끼리 사이가 보이지 않아서

연잎 위에 올라앉은 청개구리

작은 눈을 말곳거리며

연잎 너머를 바라보는 동안


푸른 보자기로 불 꺼진 진흙밭을 통째로 보쌈하고 있다

그렇게 한 생을 건너겠다는 듯


오래 서서 흔들리면서

진흙 속에서 뽑아낸 부화 직전의 희고 둥근 알


한동안 마음을 들키지 않는다


희미하게 남은 향기의 자력을 따라

하늘 한 잎 꺾어들고 연밭을 걸어나온다

커다란 귀가 펄럭펄럭 허공을 접었다 폈다


서녘 하늘이 천천히 몸을 내려놓고

품에 안은 아픈 모서리를


내가 보이지 않은 곳으로

환하게 불 켜진 코끼리 한 마리가 가고 있다


* 홍일표 : 1958년 충남 천안 출생,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매혹의 지도> 외 다수


< 소 감 >

화자는 봉선사 연밭에서 넓게 퍼진 연잎을 바라본다

허리 구부정한 노스님이 지팡이 짚고 연밭 사이를 거닐고

연잎 위에 청개구리 한 마리 올라앉아 있고

진흙 속에서 피기 직전의 희고 둥근 꽃망우리가 돋아 있다

서녘 하늘은 서서히 저물어 가고

내러티브의 서사는 전부이고 나머지는 화자의 심상이다


자아와 세계와의 동일화(物我一體)를 본다

- 봉선사 연밭에 가면 나는 한 마리 코끼리가 된다(투사 - 세계중심)

- 귀때기 파란 짐승이 내 안에서 어슬렁 걸어나온다(동화 - 자아중심)


화자의 시는 해석이 쉬우면서도 오묘한 이미지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넓은 연잎이 코끼리 귀로 연상되면서 서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 연결이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럽다 

분위기 전체가 고졸하면서도 안개속을 헤매는 듯, 약에 취한 듯, 

독자의 가슴 속 깊은 곳을 낭창낭낭창 헤집고 다니는 고요한 절간의 어느 한 때이다

내공 깊은 화자 특유의 연금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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