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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거미 / 권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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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0회 작성일 19-09-28 02:57

본문

거미 / 권영하


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었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레시를 터트려도

허공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 볕 빨아먹은 유리성이 열을 뿜고

빌딩 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목숨줄을 무섭게 흔들지만

구술땀을 흘리며 내려간다

아이스링크에 정빙기 같이

생채기를 지운다

유리에 갇힌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유리창에 비치는 현수막의 사연도

살포시 보듬어 닦는다

의지할 곳도 없는 허공에서

작업복 물에 젖어 파스내음 진동하고

피로가 줄끝에서 경적처럼 돋아나지만

또다시 하늘에 밧줄을 묶는다

땀 흘린 줄길이만큼 도시는 맑아지지만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깨끗해지니까


*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소 감 >

고달픈 노동자의 힘든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정겹게 보듬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처럼 빌딩과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긴박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며,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원관념이 선명하고 리듬 속에 사연이 깃들어

있어 독자 자신이 거미가 된듯도 하다


- 빌딩 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 무섭게 흔들지만

- 유리벽에 갇힌 사람들에게 /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극한 상황에서도 수족관 속 물고기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서

홍익인간 (弘益人間)이라는 자세로 하늘 끝 마천루를 오르내리는

고달픈 거미 한 마리 아름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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