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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방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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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5회 작성일 19-10-14 01:43

본문

검은 방 / 신규철


슬픔의 과적 때문에 우리는 가라앉았다

슬픔이 한쪽으로 치우쳐 이 세계는 비틀거렸다


신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것이 일반명사인지 고유명사인지 앟 수 없어 포기했다

기도를 하던 두손엔 검은 물이 가득 고였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딱딱해지고 있었다


해변에 맨발로 서 있는 유가족

맨살로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죽을 때까지 악몽을 꾸어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학살은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꾸는 악몽같은 것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피가 돌지 않고

눈이 심장과 바로 연결된 것처럼 쿵쾅거렸다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곳이 지옥이다

꽃도 나무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곳

별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 못처럼 박혀 있는 곳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


위로받아야 할 사람과 위로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도 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는 떠올라야 한다

우리는 기어올라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가을이 멀었는데 온통 국화다

가을이 지난 지가 언젠데 국화 향이 이 세계를 덮고 있다

컴컴한 방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않아있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


해변은 제단이 되었다

바다 가운데 강철로 된 검은 허파가 떠 있었다


* 신규철 : 1980년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지구만큼 슬펐더고 한다> 등


< 소 감 >

시뻘건 대낮 수 시간동안 생중계 된 21세기 3만불시대에 미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의 참혹한 현상이다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이 짓뭉개지고 있다

처절한 죽음 앞에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이 연약함, 이 가련함,


화자는 세월호 침몰 사건의 순간을 은유와 상징을 써서 적랄하게 진술하는데

절망과 허무속에 발버둥치는 가련한 모습들이 눈에 선연하다

화자는 스스로 죽는 사람이 되어 극한 순간을 역설(逆說)의 묘미로도 진술한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던져진 벗어날 수 없는 덫, 

덫에 걸린 우리는 좌절하며 발버둥칠 뿐,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안가? 우리가 우리를 빈정대고 있을 뿐,


평생을 악몽속에 살아야 하는 유가족들의 가련한 모습

가을은 멀었는데 온통 국화로 뒤덮힌 팽목항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강철로 된 검은 허파가 뒤늦게 바다 가운데 둥둥 떠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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