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참외/ 배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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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7회 작성일 19-10-21 08:37본문
나무 참외
배세복
모과는 가을이 되어서야
자신의 이름이
목과 木瓜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때부터 모과는
덩굴줄기로 뻗어 나가는 노란 참외처럼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바닥 여기저기 흩어진다
떨어져 나간 이름을 찾으려는지
주위를 내내 서성이면서
햇빛도 노랗게 두리번거린다
프로필
배세복 : 충남 홍성,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9 시집[몬드리안의 담요]. 볼륨 동인
시 감상
어쩌면 가을은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두런두런 살아오다 누구의 누구로 살아오다, 누구에게 누구로 살아오다
어느 날 누군가 내 이름 세 글자를 부르면 잠시 멈칫하게 된다.
누구지? 난가? 태초에 이름 석 자 쥐고 나왔는데 어느새 나는 없고 누구의 누구로 사는,
익숙한 나를 보게 된다. 떨어져 나간 내 이름 세 글자.
이 가을의 비처에 은닉해 놓은 이름을 찾아보자.
어색하지만 ‘나’를 내 이름을 입 밖으로 불러보자.
나뭇가지에서 내려올 때다. 가을은.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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