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을 나누어 가졌다/ 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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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1회 작성일 19-11-25 08:40본문
죽은 사람을 나누어 가졌다
금시아
한 사람을 묻고 우리는
여러 명의 동명을 나누어 가진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데, 그러나
그러나 어떤 이는 벚꽃들이 동행하고, 누구는 첫눈 가마를 타고 가고
흰나비 떼 날거나, 무지개다리를 놓거나, 동백꽃들 뚝뚝 자절하거나, 은행잎들 노란 융단을 펼치거나
장대비 속에서 한 사람을 묻는다
장례를 마친 사람들,
장대비에게 악수를 건네고 죽은 사람의
입주를 부탁한다
죽은 사람은 저를 가져간 사람 속에서
모르는 사람인 듯 숨도 없고
무서움도 없이 거처하다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슬어놓은 망각 속에서 흙이 될 것이다
장대비에 한 사람, 눅눅해진다
문득, 마음을 뒤집어보면 계절 지난 호주머니에 잘 접혀있는 지폐처럼
뜻밖에 펼쳐지는 사람,
꽃 한 송이 놓인 무덤들
빵 굽는 냄새처럼 산 사람들 속에 여럿 있다
프로필
금시아 :시와표현 등단, 춘천문학상외 다수 수상, 2019산문집(뜻밖의 만남, Ana]
시 감상
때론 잊힌 사람이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다.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사람.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게 된다. 생각이나 기억, 추억, 그리움은 이별이 없다.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좀 더 많은 미련이 남은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그리움과 동행하며 산다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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