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정면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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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53회 작성일 20-01-06 03:06본문
소리의 정면 / 박지웅
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 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쥐다 그만 놓쳐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밍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 박지웅 : 1969년 부산출생,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2017년 제 19회
<천상병시문학상>외 2건 수상, 시집 <빈손가락에나비가앉았다> 다수
< 소 감 >
이불 덮어 쓴 아낙의 간드러짐에 꽃이 움찔하고,
지나가는 행인은 몰래 방귀 뀐 새색시 모양 귀 밑까지 빨개진다
- 아, 서로 붉어진다
-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 먼저 지나가시라
짜릿한 순간의 비유가 해맑은 해학의 수준을 넘어 능청까지 보이는데,
죄도 아닌것이 발각되는 순간이 하도 민망스러워 내려다보는 낮달도 얼굴
가리고 킥킥 웃는 듯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민망스러울까 민족 특유의 얼 이라고나 할까
댓글목록
이화영님의 댓글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성이시어!!!
湖巖님의 댓글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과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