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 채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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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2회 작성일 20-01-18 05:46본문
오염 / 채수옥
비닐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써야만 당신을 만질 수 있다
당신은 다만,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 세계를 방치한다
위험한 물질로 분류된 내가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이곳,
시트에 묻은 혈흔 같은 얼룩들이 당신에게 빠져 나와
내게 스며 든다
꼭 너 같은 새끼 낳아서 키워봐라
던져진 장갑처럼
펼쳐진 손금 밖으로 계단이 흘러간다. 새로 태어난 눈보라가 언덕을 넘어오고,
신발 한 짝 뒹구는 수수밭에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쪼글쪼글 껍질만 남은 감자
스스로 아가미를 열고 닫을 수 없는 당신을,
가장 치명적으로 오염시킨 내가 묻는다
---- 나 알아보겠어?
내가 낳은 그림자들이 내 얼굴을 침대 아래로
밀어버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각자의 얼굴을 주워들고
중환자실을 떠난다
* 채수옥 : 1965년 충남 청양출생, 200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비대칭의 오후>
< 소 감 >
견딜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이 너와 나의 운명으로 다가왔다
- 던져진 장갑처럼
- 펼쳐진 손금 밖으로 계단이 흘러간다. 새로 태어난 눈보라가 언덕을 넘어오고,
- 신발 한 짝 뒹구는 수수밭에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일시적 쾌락이 만들어 놓은 책임질 수 없는 원수 덩어리 절망이 낳은 절망,
책임은 내게 있어도 나는 너를 한없이 저주한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서로가 얼굴을 감추고 못 본척 중환자실을 떠난다
너는 개굴창으로,
나는 비바람 쓸쓸한 뒷골목으로(또 다른 저주를 동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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