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등(瓦斯燈) / 김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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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02회 작성일 20-02-01 07:10본문
와사등(瓦斯燈) /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 있다
내 호올로 어디로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墓石) 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皮膚)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선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悲哀)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김광균 : 1914년 - 1993년, 북한(개성상업고등학교),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9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 소 감 >
밤 하늘에 밝게 비치는 가로등이 빈 하늘에 걸린 차가운 안내등(와사등)으로
느껴지면서 "어디로 가라는 신호냐?" 하면서 화자는 고단하고 슬프고 서러운
당시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암울한 식민시대를 방황하는 화자,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기막힌 현실 앞에 자포자기한 채
늘어선 고층 건물이 창백한 묘석 같고, 휘황찬란한 야경이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할말을 잃고 슬픔만 곱씹는다
설에 의하면 김광균 시인은,
1930년대 우리의 시에 회화(繪畵)적 요소를 도입, 소리조차도 모양으로 바꾸는
특히 도시적 감각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기법이 뛰어났다고 하는데, 본 작품도
도시적 감각 속에 방황하는 시인의 모습이다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의 시.....와사등...
잘 감상했습니다.
湖巖님의 댓글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평론가시며 시인께서 들려주시니 감사합니다. 湖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