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다고 숨겨지는/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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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3회 작성일 20-03-09 08:20본문
숨겨진다고 숨겨지는
장옥관
앞서 가는 아내의 머리칼을 바람이 와서 헤집고 간다 물기 머금은 바람이
굴참나무 이파리를 허옇게 뒤집어 놓듯이
짐짓 못 본 척 해보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아내는 한 번도 염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백발의 아내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예순이 된 아내의 머리가 늘 검
을 순 없겠지만 피할 도리 없이
곱다시 받아들여야 할 순간도 없지 않았다
아내 머리의 저 풀은 민둥산에서 다시 돋아난 것이다
시동 걸어놓고 병원 갈 아내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새 한 마리
차창에 툭, 떨어져 튕겨나갔다
눈썹이 없는 새였다 유리에 찔끔 피가 묻어났다
돌아보면 어이없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아내는 왜 흰 머리칼을 한사코 숨기려 할까 제 깃을 뽑아 비단 짰다는
옛이야기의 황새일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일까
눈이 멀도록 환한 대낮,
맨홀 뚜껑 아래 들끓는 복통 앓는 어둠을
프로필
장옥관 : 경북 선산, 단국대 대학원, 김달진 문학상, 시집[황금 연못]외 다수
시 감상
숨겨진다고 숨겨지는 것이 있을까? 세상에서 나를, 백발을 염색한다고 백발이 아닌 것은 아닌, 결국 모두 다 알게 되고 말 것을, 숨겨야 할 것의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본문처럼 숨김과 속아주는 것은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정작 숨기지 말아야 할 것은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비롯된 신분, 동선, 등등이 아닐까 싶다. 현 상황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말 필요할 때다. 조금만 참고 견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진달래와 개나리의 군무를 감상하고 싶다. 모두 힘을 내자. 바이러스의 종식이 멀지 않았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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