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집을 지읍시다 / 박은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달팽이 집을 지읍시다 / 박은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5회 작성일 20-03-19 09:49

본문

달팽이 집을 지읍시다

박은영

점점 작게 점점 작게

세상의 집은 작아졌죠 설계도는 필요없어요 민달팽이 한 마리가 들어갈 만큼만 만들면 되거든요 집 없이도 살아갈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이들에겐 이 땅의 번지가 없죠 헐벗은 생을 가리는 가림막, 벽은 갈수록 얇아지고요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묻는 건, 분비물을 묻히는 일이에요 벌거숭이에게 세탁비를 지불해야 하는 일이에요

오늘의 문제로부터 풀리지 않는 민달팽이 세대, 연체(延滯)의 몸으로 바닥을 학습하는 그들은 쪽창 달빛으로 어둠을 풀어내고 가장 어려운 해법 속에서 꿈틀거립니다 채점을 마친 문제, 집엔 동선 없이 쉬이 지나간 풀이 과정만 있을 거예요

세상은 암기한 대로 달팽이 집을 짓고

점점 크게 점점 크게

고시촌의 태양은 떠오릅니다

-시집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실천문학사,2020

[감상]

민달팽이는 집이 없다. 집 없이도 살아갈 능력을 가진 종족이라 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 능력에 대하여 묻는 건 분비물을 묻히는 구차한 질문이며 그 능력을 보여달라는 건 벌거숭이에게 세탁비를 지불해야 하는 난센스라고 한다. 시인이 아닌 민달팽이라면 뭐라고 답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사람에게 비유하면 맞는 말이다. 어떤 흙수저도 배꼽에 달고 나온 특별한 능력은 없으니까.

집은 아침을 열고 숟가락을 씻으며 사랑을 나누는 곳, 집은 사람에게 모든 것이다. 세상에서 집을 지우면 돌아갈 곳이 없다. 오늘의 문제는 민달팽이 세대, 연체의 몸으로 태어난 그들에게 스스로 능력을 극대화 하여 집을 지으라는 것. 고시촌은 바로 그 '집'에 대한 절절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쪽창 달빛으로 어둠을 풀어내고 해법을 찾아 꿈틀거리는 수많은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며 자화상이다. 세상을 암기한 대로 집을 얻는다는 믿음,이 오늘도 고시촌의 태양을 떠오르게 하지만 점점 크게, 란 구호 속에서 그들의 충혈된 눈을 만나는 일은 무섭도록 슬프고 우울하다. 점점 크게,를 두 번이나 눌러 쓴 시인의 눈빛도 아마 그러하지 않았을까. ㅡ이명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8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0 1 07-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 0 16:09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03-22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3-18
415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3-15
41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3-14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3-08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3-03
41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1 02-18
414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2-16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2-11
41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1 02-04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2-03
4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1-29
414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3 01-28
4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1-26
41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01-25
414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1 01-22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2 01-20
41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01-19
41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1 01-14
41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1-08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1-03
41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2-24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 12-22
41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12-21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 12-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2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 09-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