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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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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납작 /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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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67회 작성일 15-07-09 14:10

본문

납작납작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 펄렁.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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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는 화가 박수근의 그림 <세 여인> (그림 參照)을 보고 쓴 작품으로, ‘그림’에서 ‘시’로의 예술 장르의 변용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의 제재이기도 한  ‘세 여인’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 제목인 동시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세 인물을 가리킨다. 박수근 화백은 일반적으로 아낙네나 소녀, 할아버지와 같은 서민들을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사용함으로써 그들의 애환을 나타내는 작품을 그렸다. ‘세 여인’이란 작품 역시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가난한 서민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작품 속 등장 인물인 세 여인은 김혜순의 이 시에서 ‘아낙네 둘’, ‘여편네와 아이들’로 변용되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미술 작품 속의 인물과 시에 등장하는 인물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압축된 형태로 삶에 눌려 있는 서민들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이를 통해서 서민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세 여인’은 미술 작품이나 시 속에서 작가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중심 소재라고 볼 수 있다.

  특유의 감각적 언어와 시적 상상력으로 우리 시대 대표적인 여성 시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한 김혜순 시인.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녀는 등단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끔찍하고 적나라하고 아름다운 시적 세계를 창조하는 탁월한 감성을 빛내는 우리나라 시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오늘 소개하는 김혜순 시인의 이 시는 1981년 출간된 그녀의 첫 시집 『또 다른 별에서』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 중의 한 편으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표현한 시로, 시인은 시 속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시적 화자로 설정하여 자신의 그림을 가지고 ‘하나님’에게 묻는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1연에서는 그림의 작업 과정과 그림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화자는 화폭 속의 인물들을 납작하게 눌러 놓고, 절대자인 하나님에게 보기에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묻고 있다. 그림의 소재가 되는 인물들은 모두 서민인데, 이들은 모두 납작한 형태로 짓눌린 듯한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의 삶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연에서는 납작한 인물들의 형상화를 통해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부정적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화자는 그림 속 인물들의 말라가는 모습을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감정도 배제된 채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서민들의 모습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시인은 ‘하나님 보시기에 마땅하냐’고 설의적으로 물음으로써 ‘고달픈 서민들의 삶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속의 인물들이 마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시인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 있는 표현이다. 즉, 작품 속의 인물이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를 통해 감정도 배제된 채 화폭 속에 납작하게 고착화됨으로써, 세상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즉, 이 시는 그림 속에 상징적으로 형상화된 고달프고 애환이 담긴 서민들의 삶을 시적 형식으로 보여 줌으로써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의 모델이 된 박수근 화백의 ‘세 여인’이란 이 그림은 2003년 9월16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73만5천500달러(한화 8억7천500만원)에 낙찰되 세간에 크게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우원호

김학지s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학지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혜순 시인의 ' 담배피우는 시체' 라는 시가 김혜순 시인을 떠 올릴 때 생각 나네요.
김혜순 시인이 남자 시인이었다면 글쎄요. 지금의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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