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육체 - 金洙暎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구슬픈 육체 - 金洙暎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회 작성일 20-07-26 20:12

본문

e041085248e32b4f2d526597113ae47d_1595720615_04.jpg
 



슬픈 육체 / 김수영
 


불을 끄고 누웠다가
잊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다시 일어났다

암만해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 있어 다시 불을 켜고 앉았을 때는 이미
내가 찾던 것은 없어졌을 때

반드시 찾으려고 불을 켠 것도 아니지만
없어지는 自體를 보기 위하여서만 불을 켠 것도 아닌데
잊어버려서 아까운지 아까웁지 않은지 헤아릴 사이도 없이 불은 켜지고

나는 잠시 아름다운 統覺과 調和와 永遠과 歸結을 찾지 않으려 한다

어둠 속에 본 것은 청춘이었는지 大地의 진동이었는지
나는 자꾸 땅만 만지고 싶었는데
땅과 몸이 一體가 되기를 원하며 그것만을 힘삼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러한 不屈의 意志에서 나오는 것인가
어둠 속에서 일순간을 다투며
없어져버린 애처롭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부박한 꿈을 찾으려 하는 것은

생활이여 생활이여
잊어버린 생활이여
너무나 멀리 잊어버려 天上의 무슨 燈臺같이 까마득히 사라져버린
귀중한 생활들이여

말없는 생활들이여
마지막에는 海底의 풀떨기같이 혹은 책상에 붙은 민민한 판대기처럼
무감각하게 될 생활이여

調和가 없어 아름다웠던 생활을 조화를 원하고
가슴으로 찾을 것은 아니로나
조화를 원하는 심장으로 찾을 것은 아니로나

지나간 생활을 지나간 벗같이 여기고
해 지자 헤어진 구슬픈 벗같이 여기고
잊어버린 생활을 위하여 불을 켜서는 아니될 것이지만
天使같이 천사같이 흘려버릴 것이지만

아아 아아 아아
불은 켜지고
나는 쉴 사이 없이 가야 하는 몸이기에
구슬픈 육체(肉體)여



----------------------------



<감상 & 생각>

자다가 깨어, 이 시를 읽다 보니...
정말 나도 <구슬픈 몸>인 것 같아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생각하면,
꿈(소망)이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것이 늘 신기루 같았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삶이란 게 참 서글프게 느껴진다
(잠들기 전에도 비참한 마음이었지만)

아, 그런데...
김수영 시인에게도 이런 시간이 있었던가
(시에서 비록, 잠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詩에서는 늘, 사그러지지 않는
초월超越과 자유, 그리고 사랑이 물결치곤 했는데...

그리고 비애悲哀와 고독의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은 언제나 그의 <새로운 세계>를 위한
하나의 통과제의通過祭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에게도 이렇게 쓸쓸하고
상실감에 가득한 시간이 있었구나

그도 살면서, 이렇게 혹독하게 외로웠구나

어쩌면, 죽음을 읽어버린 영혼이
그의 서글픈 육체를 위하여 위로의 말을
던지는 듯 해서 가슴이 뭉클해 온다

그가 일찌기 말했듯이...
진정한 자유는 죽음을 통과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얻는 것이라지만

그리고, 그 통과의 고통이 크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살아간다는 일이 이토록
모든 것으로 부터 분리分離된 것 같은
시간은 슬프다
(슬픈 건 슬픈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의 산문 [詩여, 침을 뱉어라]에서 말하고 있는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履行이 사랑>이라는
그의 힘찬 사유思惟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그것 또한, 그토록 구슬픈 그의 몸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시인이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외롭고 아픈 시간을 보내고도,
삶이 토해냈던 그 모든 절망을
거역했던 시인이...


                                                                 - 繕乭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07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11 0 07-07
207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 0 08:21
2071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 08-09
207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08-07
206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8-03
206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08-03
2067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7-27
206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7-27
20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7-27
열람중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7-26
2063 고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7-22
206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7-20
20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7-20
206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7-13
20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7-13
205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7-09
20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7-06
205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7-06
205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7-02
205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7-01
205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6-30
20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6-29
20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6-29
2050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6-28
204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6-26
20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6-22
20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6-22
204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6-19
2045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6-17
20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6-15
20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6-15
204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6-09
204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6-08
20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6-08
203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6-06
2038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6-01
203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6-01
203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6-01
203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5-29
203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5-28
203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5-26
20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25
20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5-25
20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5-25
202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5-21
20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5-18
20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0 05-18
202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5
2025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5-13
202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5-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