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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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29회 작성일 15-08-13 11:23본문
이야기
이 시 영
“밤 사이 시영이가 왔다 간 모양이시. 고연놈, 밝은 날 올 것이지 해필이면……” “아직 초저녁이던디 뭘 그러요. 서울이 여그서 얼매나 머요. 나는 여그 앉아 갸가 들 가운데로 휭하니 택시를 타고 와서 꾸뻑 절허고 후적후적 걸어나가는 걸 다 봤소.” “……”
“나 앞에는 술을 두 잔씩이나 따라놓았습디다.”
“그건, 자네가 여그 온 지 얼매 안 되었으니께 그렇지.”
아직 이슬도 마르기 전, 간간이 햇빛에 몸을 뒤척이며, 밭둑 뒤로, 어느 외롭던 세 무덤이 도란도란……
- 계간 문학동네 1996 겨울
* 시란 무릇, 읽고나면 한폭의 그림이 머릿속이나 가슴에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를 처음 읽고 눈시울이 젖고 가슴이 뜨거워졌었다
시만 읽고도 시인의 가족사가 읽히지만 시인의 육성으로 시에 관련한 이야기들 들으면
그 구수한 남도사투리가 툭툭 불거져 나오며 곧 한편의 시가 되곤했다.
시가 곧 그 사람이 아니겠는가.
시는 머리로 말고 가슴으로 써야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시 영
“밤 사이 시영이가 왔다 간 모양이시. 고연놈, 밝은 날 올 것이지 해필이면……” “아직 초저녁이던디 뭘 그러요. 서울이 여그서 얼매나 머요. 나는 여그 앉아 갸가 들 가운데로 휭하니 택시를 타고 와서 꾸뻑 절허고 후적후적 걸어나가는 걸 다 봤소.” “……”
“나 앞에는 술을 두 잔씩이나 따라놓았습디다.”
“그건, 자네가 여그 온 지 얼매 안 되었으니께 그렇지.”
아직 이슬도 마르기 전, 간간이 햇빛에 몸을 뒤척이며, 밭둑 뒤로, 어느 외롭던 세 무덤이 도란도란……
- 계간 문학동네 1996 겨울
* 시란 무릇, 읽고나면 한폭의 그림이 머릿속이나 가슴에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를 처음 읽고 눈시울이 젖고 가슴이 뜨거워졌었다
시만 읽고도 시인의 가족사가 읽히지만 시인의 육성으로 시에 관련한 이야기들 들으면
그 구수한 남도사투리가 툭툭 불거져 나오며 곧 한편의 시가 되곤했다.
시가 곧 그 사람이 아니겠는가.
시는 머리로 말고 가슴으로 써야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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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이..
詩라는 건 결국, 시인의 시적 체험이 자아내는 그 감동을 독자와 함께 나누는 일이므로
시인의 전언傳言이 독자의 가슴이나 머리에 한 폭의 그림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지극한 공감입니다
그래요,
지가 늘 하는 말이지만
독자는 멀뚱한데 시인, 저 혼자 엄청 감동하는 시는
시라 할 수 없음을
또한, 뜨건 가슴 없이 차가운 머리 계산으로만 씌여진 시..
(근데, 그게 시인가? - 지 잘났다는 잡설이지)
- 아이로니한 건 요즘은 그렇게 차가운 머리로 씌여진 시가
한 대접을 받는다는 거 (웃음)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영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