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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준/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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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21-02-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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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許浚) 





 백석






 그 맑고 거룩한 눈물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그 따사하고 살뜰한 볕살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에서 당신은

 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것이다

 쓸쓸한 나들이를 다니러 온 것이다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 사람이여

 당신이 그 긴 허리를 굽히고 뒷짐을 지고 지치운 다리로

 싸움과 흥정으로 왁자지껄하는 거리를 지날 때든가

 추운 겨울밤 병들어 누운 가난한 동무의 머리맡에 앉아

 말없이 무릎 위 어린 고양이의 등만 쓰다듬는 때든가

 당신의 그 고요한 가슴 안에 온순한 눈가에

 당신네 나라의 맑은 하늘이 떠오를 것이고


 당신의 그 푸른 이마에 삐여진 어깻죽지에

 당신네 나라의 따사한 바람결이 스치고 갈 것이다


 높은 산도 높은 꼭대기에 있는 듯한 

 아니면 깊은 물도 깊은 밑바닥에 있는 듯한 당신네 나라의

 하늘은 얼마나 맑고 높을 것인가

 바람은 얼마나 따사하고 향기로울 것인가

 그리고 이 하늘 아래 바람결 속에 퍼진

 그 풍속은 인정은 그리고 그 말은 얼마나 좋고 아름다울 것인가


 다만 한 사람 목이 긴 시인은 안다

 '도스토옙스키'며 '조이스'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일등가는 소설도 쓰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어드근한 방 안에 굴어 게으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 풍속을

 사랑하는 어린 것에게 엿 한 가락을 아끼고 위하는 아내에겐 해진 옷을 입히면서도

 마음이 가난한 낯설은 사람에게 수백냥 돈을 거저 주는 그 인정을 그리고 또 그 말을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넋 하나를 얻는다는 크나큰 그 말을


 그 멀은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에서

 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사람이여

 이 목이 긴 시인이 또 게사니처럼 떠곤다고

 당신은 쓸쓸히 웃으며 바둑판을 당기는구려



 - 시집 <사슴>에서, 초판본, 1936 -






 * 너무 도드라지는 옛말은 현대어로 적었다.

   허준은 1935년에 등단하여 소설 [탁류]를 발표했다.

   백석에 대해 내가 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저 감탄하며 시인의 맘에 기댈 뿐이다.

   어쩜 시를 이렇게 물 흐르듯 사람의 마음결을 건드리며 만들었을까.

   복잡한 사상이나 이론이 끼어들지 않은 일상과 마음의 화음이랄까.

   여하튼 우리 시의 보배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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