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귀두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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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1회 작성일 21-02-15 08:48본문
아버지의 귀두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의 아침, 아버지가 혼자
공중에서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손을 흔든다
아들아 인생이 왜 이러니……*
김경주
어느 날 아버지의 귀두가 내 것보다 작아졌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장난감 트럭을 들고 목욕탕에 가지 않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악어 벨트를 허리에 차고 밖에 나갈 수 없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속주머니를 뒤져
오락실에 갈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30년 넘게 혼자 목욕탕에 가시고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복권의 숫자를 고민하며 혼자 씩 웃는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나와 같은 THIS를 산다
돗자리에 누워서 잠드신 아버지의 팬티 사이로 누름한 불알 두쪽이 바닥에 흘러나온 것을 본다 자궁이 넓은 나무와 자고 돌아와 나는 누런 잎을 피웠다 잠든 내 옆으로 와 아버지가 귀뚜라미처럼 조용히 누웠다 나는 문득 자다가 일어나 삐져나온 아버지의 귀두가 저렇게 작았나 하는 생각에 움찔했다 귀두라는 것이 노려볼수록 자꾸 작아지는 것인가 귀두란 그런 게 아니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민항기의 대가리처럼 푸르르 가열될 텐데 아버지와 나는 귀두가 닮은 나무, 한쪽으로만 일어서고 한쪽으로만 쓰러져서 잠드는, 축 늘어진 아버지의 THIS를 잡고 웃는다 씨벌 아비야 우리는 슬픈 귀두인 게지 죽은 귀두를 건드리면 뭐 하니? 그런 생각 끝에 나는 튼튼 우유를 하나 사 가지고 와 잠드신 아버지 옆에 살짝 놓아드렸다
양쪽으로 여십시오/ or 반대편으로 여십시오/
* 인디밴드 아마추어증폭기 노래 가사 중.
□내 식으로 읽기 _활연□
시는 그냥 읽으면 된다, 아니다 다시 와서 들여다봐야 한다, 아니다 그냥 지나치면 된다, 세상에 다 안다, 가 어디 있으랴.
뜬금없이 시인이 아버지 좆대가리에 주목했을까? 말하자면 그건 쓸쓸한 자화상이고 시대이고 비루먹은 권위다. 시인들이 간혹 아버지를 호명할 때 아버지는 주로 폭압적 권위에 해당한다. 혹은 몰락한 권력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권위를 계승하고 시인 자신조차 동질의 습관을 공유(이것THIS를 피우는 최소공배수를 가지는 것인데 나 또한 종달새LARK를 종일 화형시킨다)하는 것은 개인적 슬픔이다, 아니다 시대적 슬픔이다.
시인들은 날마다 의식의 혁명을 치른다. 관습적인 사고와 관습적으로 용인해왔던 것들과 대척한다. 그래서 묻는다. 결국 그게 그거였어요? 그러나 앞선 세대의 자화상은 얼마나 쓸쓸한 것이던가! 사타구니에서 언제라도 날아오를 듯, 발작할 듯, 혹은 "민항기의 대가리처럼 푸르르 가열될" 그 조그만 것의 위력은 대단해서, 시인은 문득; 이 고롱거리는 습여성성(習與性成)을 툭 건드려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 어쩌면, 잠들어 널브러진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를 조롱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시치미로 읽어야 한다. 매의 꽁지 털 속에 매어 둔 네모난 뿔을 떼어내면 그때부터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다.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인간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착색하는 버릇이 있으므로 여기서 잠깐, 그 빌어먹을 권력을 권위를 조롱해보자, 그런데 나자빠진 그 권력이, 권위가 불쌍해 보인다. 어찌 "한쪽으로만 일어서고 한쪽으로만 쓰러져서 잠드는" 이 불편한 습관은 또 뭣꼬? 쌍방울을 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면 그 불구하고는 온종일 좌향좌만 연습했든가, 우향우만 연습하고, 외눈을 달고 축 늘어진 우리다. 우리는 가공할 권력을 부정하지만, 언젠가 한쪽 불알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나만 잘 살면 되지 뭐, 형제가 더 무섭다, 이웃사촌보다. 이웃사촌보다 아는 놈이 더 무섭다, 그러므로 우리는 철망 너머에 관심 두지 말자, 아니다 그것은 한쪽 불알을 잃는 거다.
그런데 왜? 이 쌍방울의 무게중심은 다를까? 그건 신의 주물 솜씨다. 이것이 대등한 구슬이라면 서로 부딪혀 열이나 그 속에 바글거리는 것들이 맥을 못 추거나 다 연소하고 만다. 신은 낭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짝부랄'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양쪽이 균등하면 그것이 오히려 불구다.
"불알 두 쪽이 바닥에 흘러나온" 잠. 어찌 추스를 것인가? 아니다 그냥 흘리고 잠이나 자자, 아니다. 깨면 피로회복제라도 한 병 권하자. 아 쓸쓸한 권위여, 아 몹쓸 서러움이여. 이 땅에서 몇 인치 대가리를 치켜들고 용썼던 우리 아버지들이여,
"죽은 귀두를 건드리면 뭐 하니?"
유비의 서열은 은유 제유 그리고 상징이다. 이 시는 성공한 상징에 해당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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