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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코코아/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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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21-02-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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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배수연







너는 지금 코코아 한 잔을 바라보고 있어


'꿀꿀하다'라는 말은 '달다'라는 뜻을 숨기고 있는데

꿀꿀한 날은 마치 솜사탕이 묻어 자꾸만 빠는 손가락처럼

모든 것들이 진득하게 들러붙는 이상한 날이야


네 안에는 어두운 색의 코코아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어

이 잔의 카카오며 설탕, 탈지분유는

몸에 썩 좋지 않은 나쁜 것들이야


거대한 스푼의 끝이 잔의 바닥에 닿으며

꺽꺽 자꾸만 소리를 내고

코코아는 커다란 동심원의 홀을 그리며

컵 아래로 빨려 가는 듯 내려가지만,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않았어


가장 아래쪽에는 

결코 녹지 않는 파우더가 있어

그것은 마지막 한 모금을 비우고 나서

아무리 혀를 내밀어도 닿지 않는 먼 거리에 있어


결국 너는 그 많은 코코아를 천천히 다 마시고는

눈물이 달다는 것을 깨달으며 잠이 들 거야


하늘엔 반짝반짝 네가 찍어 붙인 눈물들이

밤새 단내를 풍기고 있을 거야



- 시집 <처음엔 삐딱하게>에서, 2015 -









* 달지만 몸에 썩 좋지도 않다는 커피며 코코아를 우리는 공기처럼 자연스레 마신다.

  마음의 안정을 찾자니 마시고 싶고, 몸을 생각하자니 그만두고 싶은, 코코아.

  그래서 절제와 적당함을 근거로 우리는 애써 자위하며 코코아를 마신다.

  시도 그렇지 않을까.

  어떤 시는 파우더만 가득해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도 하지만,

  또 어떤 시는 시인의 절제와 적당함의 잔에 담겨, 그 맛과 향내로 우리를 위로한다.

  다만 스푼으로 골고루 저으며 시를 마시는 건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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