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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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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잠깐들/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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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4회 작성일 21-04-02 09:04

본문

 많은 잠깐들 








 황학주 








 혼자 있을 시간이 된다 옆구리에 뜨거운 밀떡을 붙이고 부스럭거리는

 비가 새는 지상에 부스럼을 앓는 나는 있다

 나를 다치게 해서 살게 해주었던 계절들은 물방울 화석처럼

 놀랍고 좋은 질문이다



 지저귀던 새와 우울한 벤치의 오전과 오후는

 울다가 어디로 간 당신을 배웅한다

 나는 질 좋은 행간을 들고 방문하고 싶은 우주를 가진 적 있다

 낙숫물처럼 내 한쪽 눈에서 도르르 떨어져내린 것 같은

 

 비는 긴 휘파람이 끝나고 다른 휘파람이 시작되는 방황에

 가장 어울리는 걸음


 빗속의 나무는 침례 받기 직전처럼 떨린 적이 있다

 베개 밑에 둔 물방울 하나를 나는 알고 있기까지 하다

 힘주어, 시였다 해도

 그런데, 꿈이었다 해도

 다시 기억을 앞세워 찾아오지는 말아야 한다


 나의 문리(文理)엔 이랑처럼 부스럼이 크고 심하다

 별이 부서져 별들이 생긴다고 믿던 어린 날로부터

 그리 멀리 온 것 같지 않다

 둥근 잠깐들 사이로 잠깐씩 빛이 든다



  - 시집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2014 -










 *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줄곧 내 마음을 붙들고 있는 시다.

   전에 3000만년 동안 화석에 갇힌 채 흐물거리고 있는 물방울을 본 적 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그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증거였다.

   그 오래전의 기억을 가진 물방울,

   시인은 자신의 문리를 겸손히 낮추고 있지만,

   시는 호박 속에서 빛나는 물방울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잠깐은 빛이 된다고, 또 영원이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게 시였다 해도, 또 꿈이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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