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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잔치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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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0회 작성일 15-08-27 15:35

본문

저녁, 아직 다 다리가 끊어지지 않은 시간에
야전병원 같은 하루가 진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다리 위에서
노을은 울부짖노라, 왔다 갔다 하는 하루의 상처가 말도 못하고
쏟아지는 양동이의 피처럼 저물어 갈 때
부상병의 하루를 정리하고
기약이 없는 병든 괭이처럼 또 일어나야겠다고

일어날 수 있겠는가, 뼈와 유령인 팽이여,
다리의 모서리에 걸쳐져서
정말 광장 앞에는 나동그라진 뼈의 유령들이 즐비하다
부상당한 팽이에게는 역사가 없다
역사도 상처도 기억도 노여움도 사월 오월도 없이
팽이는 그저 오늘의 채찍으로 오늘 돌고 있을 뿐인데
그런 간신히 팽이를 김수영은 성자라고
바보라고, 야전병원의 하얀 거즈 같은 위로라고도
마지막 힘을 다하여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팽이는 돌고 있다
바라춤 같이 속으로 울며 돌고 있다

내일의 팽이는 어제의 팽이로 급하게 넘어갈까,
아니면 일어나서 한 번 더 핑그르르 돌아 볼까,
배 넘어가는 순간에 저 혼자 배를 탈출한 선장 같은
대낮에 팬티만 입은 고급 남녀들이 곳곳에서 키를 잡고
중대한 도장을 무섭지도 않게 찍고 있는데, 모두 돌다가 쓰러질까,
이냥 이대로
노을이 비스딤히 걸린 붉은 다리 끝에 팽이가 돈다

세상의 모든 팽이가 다 쓰러지고 말면
세금은 누가 낼까, 전선은 누가 막을까, 국가는 누가
지킬까, 병원은 누가 간호할까, 왜 우리는,
(병원이 나를 간호 해야지)
(내가 변원을 간호하는) 이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아픈 팽이에게는 세상은 거대 정신병원의 객실과 다름없는,
뇌수를 미싱 바늘로 쪼는 석양의 낭떠러지

사랑할 수 있는 한, 햇빛 한 줄기가 있는 한
저녁의 다리가 다 끊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자신을 고쳐 가며 일어서고 또 일어서야 할 시간에
아픈 팽이에겐 누더기 같은 역사도 분노도 기억도 없다
쓰러지고 고쳐 가고 쓰러지며 또 고쳐 가면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라는 단순을 폐기하며, 단지
평범한 사람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성자가 될 때까지, 피를 묻히고, 저녁노을 아래서 온몸으로 돌고 들면서
못 박힌 발로 춤추며
속으로 울며 눈을 감고
일어서는 자의, 비틀거리는 자의, 취한 팽이들의 고요한 춤만
저녁 광장에 조명을 켠 광화문처럼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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