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혀질 때 / 신용목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우리가 잊혀질 때 / 신용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0회 작성일 22-06-05 21:23

본문

우리가 잊혀질 때 / 신용목

 


    폐허에서 어둠을 길어 와 몸의 구멍 속에 붓는다 검은 고무로 끓고 있는 바닥, 얼굴이라는 기포들-날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 터지는 눈빛들, 웃음들 서서히 꺼져가는 방 안에서 나는 낮의 외투를 벗은 밤의 알몸을 안았다 그림자를 쪼아 먹는 까마귀처럼, 어둠의 딱딱한 부리가 발라내는 슬픔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모든 빛깔의 합인 검정과 모든 풍경의 합인 어둠과 모든 슬픔의 합인 몸이 다시, 서로의 폐허를 껴안고 캄캄하게 합쳐질 때 발바닥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 같았다, 어둠의 속도로 길어지는 발자국들 팽팽하게 당겨지다 그 끝을 짚고 툭, 끊어질 때 드디어 몸 밖으로 넘치는 어둠의 주물 속으로 한 발 다음에 더 깊이 빠지는 한 발을 디딘다, 까마귀를 쪼아 먹는 그림자처럼 폐허의 발밑에는 바닥이 없다 검은 고무를 뒤집어 쓴 얼굴들이 하나하나 소리 없이 터지는 방, 우리는 발자국 속에서 끓고 있었다 몸의 마지막 구멍을 휘저으러-슬픔은 걸어서 오는가, 퉁퉁 불은 머리카락으로 휘감으며 나는 삶의 얼굴을 벗은 죽음의 표정을 보았다

 

================================

얼띤 感想文

  늑골을 잇는 밤 

    현기증이 선풍기처럼 돈다 비가 오니까 비가 와서 땅은 젖는다 아몬드와 땅콩 호두 건포도가 담은 작은 종지는 건조하다 발아하지 못한 씨앗들-결국, 불에 구운 아니 그을음의 눈빛들, 점차 숨 죽는 네 평의 욕조 안에서 그간 묻은 시간을 벗는다 죽음의 홍시에 앉은 까치처럼, 다 파먹은 어둠을 허공은 알고 있었다 모든 감정의 합인 비움과 모든 죽음의 합인 빛깔과 모든 인식의 합인 탄생은 다시, 서로의 숲 속을 껴안고 까마득하게 증발할 때 바람의 육신은 오로지 발자국을 남겼다 노을의 풍경이 넓어질 때 바람의 힘줄은 탱탱하다 바람이 세운 가 건물에 비계를 놓고 바람의 끈을 따라가다 보면 애써 고개 숙인 바람의 심해어 다시 말하면 부디 너는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읊조리는 것 같아 주소지 없는 주물 속으로 한 층 더 가까워지고 다음은 계단을 딛는 노인처럼 무릎을 내놓는다 다만, 물속 떠다니는 물고기처럼 물의 발 밑에는 뿌리가 없다 오로지 어머니의 연민, 봉인된 달맞이꽃에 파묻은 얼굴, 그 얼굴들이 하나씩 붉은 표정 하나 없는 육각의 밤, 어두운 보행을 힘겹게 이기고 달의 슬픔을 한 꺼풀 도려냄으로써 부러진 늑골을 잇는 밤, 네가 다시 못 올 꽃차례인 줄 알면서도 아직도 갈피를 못 이룬 하얀 모시 홑적삼에 내 모가지를 따 그 피를 묻혔다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2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1 1 07-07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 10-19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0-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