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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물의 편애 /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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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0회 작성일 15-08-30 10:12

본문

난청을 가진 아이는 어른이 되자
울 때마다 녹물을 흘리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소리들이 녹이 슬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

나는 불협의 감정을 사랑하고
나는 병력의 감정을 사랑합니다

정성을 들여 돌아 갈 곳 없어
짐승처럼 제 팔을 물어뜯을 때에도
슬픔은 쉽게 편애 됩니다

소리의 어디까지 들어가야 음악이 될까요

조금씩 밤을 넘어 온 둥근 탄식으로
목단꽃 이불이 젖고 있습니다

낭자하게 공명되던 음들이
초록으로 물들 때까지 움츠리는
소리 속의 큰 소리 들
나는 무서워서 자꾸 사랑을 합니다

여자가 귀를 두드리면
허공의 밤과 낮이 흩어집니다

검붉은 말들이 울음 없이
벼랑을 내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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