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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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회 작성일 22-09-27 20:50본문
물구나무
=최현우
오래전부터 두개골은 완벽한 그릇이었다 처음 죽은 인류의 머리를 받아들고 물가에서 장례를 치르던 자의 생각 이것으로 물을 떠 마실 수 있겠다, 두 손보다 많은 음식을 쥐고 먹을 수 있겠다, 그렇게 그릇을 발견한 자는 짐승을 죽일 때 머리를 때리지 않았다 설계자의 심중은 모르더라도 그는 야바위꾼 그릇들의 춤이 보고 싶었을 것 머리를 땅에 박아대는 인간들, 인간들 보며 한바탕 웃고 싶었을 것 휘젓는 손을 시간이라 부를까 이리저리 엎어져 있게 하다가 내내 감추고 있게 하다가 딱 한 번 뒤집어버리는 바닥으로 계속 엎지르면서 국물 위로 두부 한 조각 실어보내고 싱크대 구멍 속으로 발이 빠지며 홀로 이가 나가고 쏟아지고 있는, 쏟아버리고 마는 그러니 거꾸로 서서 울어볼까 몸속에 정화수 한 사발 차오르도록 누군가 비웃다가 기어이 화낼 때까지 거꾸로, 거꾸로 서서 어디가 망가졌는지 곡예는 죽음을 건드리고 오는 일 물이 샌다
鵲巢感想文
운동을 했다. 한 시간 가량, 학교 운동장이거나 혹은 금호강변 둘레길 따라 뛴다. 뛰고 나면 목둘레로 땀이 흥건하다. 개운하다. 운동하면서 나는 늘 어머님이랑 통화한다. 통화 시간은 꽤 길다. “잘 들어라 내가 너한테만 얘기한다 나도 모르게 오늘은 줄줄 샛 더라,”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 고독과 외로움을 비울 수 있는 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말씀은 짱짱해서 그 어떤 말도 잘 들어 시려고 하지도 않는다.
운동을 하다가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 때에는 역시 어머니는 좋은 본보기였다. 통화하다가 보면, 역시 그 어떤 일보다 운동이 가장 우선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뛰는 게 오히려 즐겁고 시간은 아깝지가 않다.
지난 주였다. 토요 커피 강좌를 가질 때 모 씨의 얘기가 갑자기 지나간다. 원래는 모모 은행에서 일하며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연로하시어 일 그만두고 보살폈다는 얘기, 8년을 모셨는데 시어머니는 한마디로 공주였다고 했다. 자기는 무수리였다며 허허 웃었다. 고생 꽤 했음을 말로 다 이루 말할 수 없었는지 목이 멨다. 나에게 그러면서 한 마디 했다. 마음 단단히 잡수셔야 합니다. 어른 모시는 게 여간 힘드는 일 아니니까,
물이 새는 일은 나이만 그럴까, 내 하는 일에서도 국가와 국가 간의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물구나무선 거처럼 흐른다. 모두가 거꾸로다. 한마디로 역배열이다. 역배열일 때 어느 사람이든 장사는 없다. 무엇이든 모두 줄여나가야 할 때, 소비도 투자도 어느 시점에 바닥인지 분간할 때 소신껏 살아야 한다. 두개골은 완벽한 그릇이지만, 처음 죽어 나간 인류의 행적에 유심히 바라보며 피할 것은 피하며 가는 것이 좋겠다. 물결의 모양은 여러 지표로 알려 주기에 아둔한 파도에 몸을 싣다가 죽음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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