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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연쇄 =이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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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2-09-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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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이훤

 

 

    지운다 여태 지운다 쓰는 사람은 지운다 관념을 지우고 통을 지운다 통속을 지운다 통 속에 들어가 나를 지운다 상투적으로 지워지는 나를 지운다 지우는 행위를 지운다 과일을 지운다 과일의 꼭지를 지운다 꼭지를 묶은 고무줄을 지운다 남은 둘레를 지운다 사람을 지운다 남는 것들을 만진다 손만 남는다 남은 손을 지운다 따옴표를 지운다 떨어져 있는 헐거운 이름들을 지운다 오래된 시를 지운다 간과되는 얼굴을 지운다 부호처럼 생략되지 않는 기승을 지운다 숨는 게 묘책이라 믿는 것처럼 과오가 많았던 사람처럼 지우는 일을 지운다 계속 지우다 보면 단어만 남는다 첫 단어로 돌아간다 돌아간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문장 그게 이 시의 마지막 문장이다

 

   鵲巢感想文

    시인 김언의 시집 한 문장을 보는 것처럼 단문이며 한 문장이다. 시는 시종일관 지우는 것에 목적을 둔다. 그러니까 시 한 수에 중요 단어다. 지운다는 외에 특이한 동사를 더 고른다면 만진다남는다’, 이것들도 결국은 지우고 만다. 마치 인생의 生老病死처럼 돌고 도는 어떤 환의 세계, 고리다. 마지막은 모두 지워야 할 일 어쩌면 잘 지워야 이 세상 떠나는 길, 그 업보 또한 가볍겠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보험으로 만난 고객 한 분의 집을 방문하다가 그 어르신의 방과 부엌을 보았다. 깔끔했다. 한마디로 살림살이라고는 단출할 정도로 이불 두어 장 밥그릇 두 개 숟가락 몇 개 젓가락 하나둘 정도 이렇게 가볍다니, 어느 나 많은 선생과 서한을 몇 번 주고받은 일도 있다. 그 선생의 연세가 구십이 다 되었는데 큰 아들네 집으로 이사함에 이불과 옷 몇 개가 전부라 했다.

    한 해를 더 산다면 그 전꺼는 될 수 있으면 줄이며 지워야겠다. 계속 지우다 보면 단어만 남는다. 첫 단어로 돌아간다. 돌아간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문장 그게 이 시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러니까 지운다에서 다시 피는 시의 환생까지 어쩌면 인류가 멸종의 단계에 이르지 않는 한 연쇄는 끊임없는 일이며 한 삶의 출현과 지우는 세대 속에 새로운 시대의 출현은 또 다른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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