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존재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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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2회 작성일 22-09-29 21:07본문
유리의 존재
=김행숙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통과할 수 없는 것을 만지면서...... 비로소 나는 꿈을 깰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벽이란 유리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넘어지면 깨졌던 것이다. 그래서 너를 안으면 피가 났던 것이다.
유리창에서 손바닥을 떼면서...... 생각했다. 만질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검은 눈동자처럼 맑게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유리는 어떤 경우에도 표정을 짓지 않는다. 유리에 남은 손자국은 유리의 것이 아니다.
유리에 남은 흐릿한 입김은 곧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제발 내게 돌을 던져줘. 안 그러면 내가 돌을 던지고 말 거야. 나는 곧, 곧,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야 말 것 같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죽음처럼 항상 껴입고 있는 유리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
믿을 수 없이, 유리를 통과하여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창밖에 네가 서 있었다. 그러나 네가 햇빛처럼 비치면 언제나 창밖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鵲巢感想文
전에 송재학 시인의 ‘유리창의 세계사’를 감상한 바 있다. 유리는 시를 제유했으며 유리창은 시의 총체적 개념 그러니까 시집을 제유한 시였다. 유리를 소재로 하여 어느 것이 먼저 발표한 시인지는 나는 모른다. 그렇다고 두 편의 시에서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언뜻 이 시를 읽자 전에 감상한 시가 떠올라 적어본 것이다. 내나 유리와 유리창의 소재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리는 시의 맑고 투명함을 상징한다. 냄새도 없고 굳어 있으며 감정 또한 없는 마치 죽음의 세계에 시체와도 같은 얇은 막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존재는 모든 것을 투사하며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상대의 감정까지도 파악하며 어떻게 되어갈 거라는 거까지 예언한다. 시의 결말에 창밖에 네가 서 있었다. 그러나 네가 햇빛처럼 비치면 언제나 창밖에 내가 서 있는 것이라 했듯이 결국 함께 죽었거나 함께 처한 상황을 묘사한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손바닥(手擗)은 통과할 수 없었고 하나의 꿈이었고 저 투명한 벽의 계략처럼 느꼈던 하루의 일상이었다. 무생물처럼 어떤 경우에도 표정을 짓지 아니한 유리는 마치 집 아내처럼 그러나 거기 남았던 흔적 손자국은 죽음처럼 항상 껴입고 있는 유리의 존재만 재확인할 뿐이었다.
제발 내게 돌을 던져줘, 안 그러면 내가 돌을 던지고 말 거야 극한 상황이다. 무작정 어느 것이 죽든지 한 번 해보자 뭐 이런 건데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야 말 것 같았지만 저지르지 않은 수벽手擗(손바닥)의 세계, 믿을 수 없었다.
유리를 통과하면 햇빛이 쏟는다. 그러니까 시 인식이다. 너와 나, 마치 부부처럼 네가 햇빛 같은 존재라면 나는 창밖에 있는 너와 다름없는 일심동체라는 것을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뭐 이런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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