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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나의 자작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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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2-10-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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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

=손택수

 

 

    러시아 백계 망명 귀족 같지 자작은 북방의 설원 속으로 사라지는 기차의 연기처럼 아득키도 하네 수목한계선 부근까지 내려오다 멈칫, 경계를 넘지 않고 비박을 하는 눈을 닮았나 그 그늘로 그늘로만 숨어 다니다 길을 끊는 산양의 발자국을 이파리로 가졌다면 어떠리 이사 온 아파트 정원에 자작도 마침 짐 보따리 뭉치 같은 뿌리를 내리는 중이었네 혼자 서 있기도 힘든지 목발을 짚고 있었지 수액 주사를 맞던 한여름은 가지에 달린 비닐 포대가 영락없는 링겔 병, 어느 날은 흉터 딱지가 축 처진 내 눈그늘만 같았지 말라 죽는 일이 없도록 거름을 뒤집어쓴 나무 앞을 지날 땐 존엄사를 문득 떠올리기도 했던가 옛날엔 죽은 자를 위해 천마도를 그렸다는 나무 팔만의 경을 파 넣기도 했다는 나무 이제 나는 말 한 필도 경전 한 줄도 없이 나를 외면하는 데 일생을 바치며 살고 있구나. 우루사와 홍삼을 털어 넣으며 바둥바둥 생선 상자 속 같은 버스 열기에 후끈거리면서 돌아오는 저녁이면 부패를 견디는 얼음 조각처럼 찾아들던 자작 철새들의 부리 끝처럼 빛나는 흰 가지가 나침반 바늘이었네 거무죽죽 바랜 흰빛일망정 통증을 품은 붕대가 저 수피였네 수피를 스치는 바람을 폐망한 왕국의 노래처럼 들었다면 어떠리 나의 자작, 여기는 시베리아도 북방도 아니지만 지열로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자신을 뽑아 올리기 위해 온몸에 가지를 쳐낸 흉터 딱지를 품고 있는 나무 그로 하여 동과 동 사이를 불어가는 계곡풍이 더러는 눈보라 치는 북국의 어느 산협만 같아서

 

   鵲巢感想文

    내가 한 그루의 자작나무라면 어디서 자라며 어디까지 자란 나무일까, 나의 자작은 카페 뒤, 해를 등지며 오르는 어느 산비탈에 툭 떨어진 씨앗에서 발아한 나무, 새라는 종류는 한 번씩 다녀가기도 해서 가지마다 할퀸 자국과 온갖 세상의 들을 다 훑어 먹은 눈밭에 눈사람처럼 폭폭 썩어 문드러진 발효 같은 거름에 나무가 자라는

    사실, 여기는 산양도 출몰하기도 하고 노루과 동물인 고라니는 흔히 보는 지역이다. 간혹 멧돼지까지 한 번씩 지나가 그나마 일군 밭을 다 파헤쳐놓기도 한다.

    시인의 시 나의 자작을 읽는다. 러시아 백계 망명 귀족 같다는 표현, 어쩌면 한 편의 시는 현실사회에 대한 도피 같은 위안한 글이므로 북방의 설원 속으로 사라지는 기차의 연기처럼 아득하다. 북방의 설원은 글의 목적한 방향을 제시한다. 기차의 연기는 뒤에 나오는 아파트 정원과도 어떤 맥을 같이 한다.

    시에서는 삶에 대한 비관적인 관망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들여다본다. 그 나무는 물론 자아의 개념이겠지만, 짐 보따리 뭉치 같은 뿌리를 내리기 위한 어느 한 지역에서 한 지역으로 이사하고 사실, 서 있기도 힘들어 목발을 짚는 상황, 거기다가 링거까지 달고 다니는 현실의 모든 흉터는 실업에서 오고 있기에 존엄사 마저 떠올리게 하는 극한 상황이다.

    시인의 처세에 다만 견딜 수 있게 한 것이 있다면 그건 철새들의 부리 끝처럼 빛나는 흰 가지 그것이 빛바랜 것이라도 통증을 잠재울 수 있는 붕대가 아닐는지, 그것은 시베리아 북방도 아니지만 지열로부터 오르는 열망 같은 것 동과 동 사이를 불어 가는 계곡풍으로 더러는 눈보라 치는 북국의 어느 산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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