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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소음 / 성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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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05회 작성일 15-09-17 15:30

본문

공기가 흐르는 소리를 만진다
허기진 방향 껴안고 미끄러지는 저녁

손가락 사이 노란 연필로 가늘게 당신을 그려본다
밤길 걷다 마주친 등나무처럼
무너지는 무릎과 텅 빈 눈동자

당신이 내게 처음 보여준 흑백그림이
공중에서 머뭇 거리는 리듬으로 춤추다가
조각조각 흩어질 때
뾰족해 질 때
점점 검게 물드는 방안이 무서워
눈물이 났지

살갗에 닿는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야

눈 감고 한참 웅크려 우는데
익숙한 소리가 날 감싸 안았어
귀가 자라던 시절
세상에서 제일 편한 방에서
수집했던 소리
가장 많이 듣던 소리

지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금은 다시 들을 수 없는

물컹물컹한 지층을 서성이는 음파를 닮았지만

날 사랑할 수 있다는 입술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하는 당신이 보인다

* 성은주 : 201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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