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주워 온 솔방울들은 바야흐로 변화를 겪는 중이다 얌전히 접혀 있던 것들 끓는 물에 삶아 바닥에 늘어놓았을 뿐인데 솔방울들은 펼쳐지고 있었다 매분마다 조금씩 마치 살아 있는 갑각류나 아르마딜로처럼 제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솔방울들은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고 가운데로부터 회전하며 뿜어져나오는 형태를 하고 있어 오래 보면 어지럽고 경이롭게 빨려들어간다 솔방울에 물을 뿌려주면 솔방울은 흠뻑 젖어 다시 착하게 오므라들고 내 머리맡에 놓여 밤새 수분을 내뿜는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다리를 빼내고 어디론가 기어갈 것만 같은 솔방울들은 다만 징그러운 내 꿈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고대의 꽃 같고 나무의 피부를 가진 그것들이 온몸으로 물을 뿜어내며 내 꿈의 내부로 회전해 들어오는 것이다 잠시 잠결에 솔방울 향기 한번 맡아봤을 뿐인데 꿈속 여기저기 소나무밭 생겨난다 세찬 바람 불면 지붕에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사방에 떨어진 솔방울 중 예쁜 것만을 주워 담았다 내가 여길 뜨고 나면 등뒤로 못난 것들만 잔뜩 남겨지도록
얼띤感想文
어쩌면 시 감상은 마치 예쁜 솔방울 하나씩 줍는 기분이다. 어느 시인이든, 시인의 시를 읽으면 한동안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가슴 찡하게 닿는 시도 꽤 있었다. 솔방울 하나씩 따서 소쿠리에 담는 재미도 있었다. 담은 솔방울을 엮어 가끔 펼쳐 볼 때도 있었다. 그건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위안이었고 나만의 글쓰기였고 그때 그 순간의 하나의 소나무였다.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며 지탱하기 위한 수직의 자세, 한때의 삶을 완성한 구체가 몇 겹의 목소리로 아직 삶을 꿰어 나가려는 거북이 등껍질을 다독거리듯이 모래사장을 기며 기어가다가 물고기의 고향 바다로 간다. 그곳이 원초적인 고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곳에 가 닿으면 하루가 편안하고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있다. 그래서 잠을 잘 자는 건지도 모른다. 또 아침이 오고 일과를 펼치면 새로운 기분이 들고 새로운 장이 열리니 한 그루의 소나무가 바르게 서기 위해서 못 난 솔방울이라도 하나 맺길 바라면서 일과를 잇는다. 송림에 와 있으면 사는 냄새가 있다. 송림처럼 푸른 숲을 가지고 싶다. 그러나 소비시장이 얕은 우리의 경제에 송림 같은 길은 무엇일까? 고대의 꽃 같고 솔방울 같은 꿈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