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 정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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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2-11-28 08:2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1125)
부리/ 정가일
부리가 힘인 새는
부리로 집을 짓고 사랑을 위해 부리로 구멍을 판다
부리로 판 구멍 속에서
새끼들은 싸움하는 법을 배우고
배설의 장소와 먹이의 방법을
부리를 통해서 배운다
그들의 부리는 단단하다
높은 절벽을 밤처럼 찍으며 오르다가
어느 순간에
아래로 부리를 겨누는 것도 그들이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부리들이 먹이를 찾아 나선다
소란함을 동반한 벽들이
내게로 몰려오면
부리가 없는 나는 무엇이 되는 걸까
비둘기가 동족의 눈을
부리로 파먹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시감상)
새나 짐승의 주둥이를 부리라고 한다. 본문의 말처럼 새들은 부리로 집을 짓고, 먹이를 잡고 싸움하는 법을 배운다. 사람은 부리가 없다. 있다. 하지만 팔과 다리를 이용해 집을 짓고, 먹이를 잡고 싸움하는 법을 배운다. 부리로 하는 일은 종일 말하는 것이다. 때론, 말하라고 있는 부리가 동족의 눈을 파는 비둘기 보다 잔인할 때가 있다. 천 냥 빚을 갚는 말이 만 냥 빚이 생기게 한다. 오늘 내 부리에서 나온 말이 당신에게 빚을 만들지, 갚을지, 온전히 내 부리의 몫이다.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벅찬 세상이다. 빚은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충북 청원,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집(배꼽 빠지는 놀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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