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박연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박연준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중에서
- 우산 -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시감상)
정년퇴직을 한 사람을 생각해 본다. 수 많은 세월을 일하다 퇴직을 하고 쉬게 되어 좀이 쑤시고 한번쯤 일을 해줘야 하는 일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와 같이 사람은 일을 해야 사는 법을 말하는 지도 모른다.
[프로필]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 신인문학상에 시[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베누스 푸니카][밤,비,뱀] 등이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