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밭에서/김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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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23-02-06 10:21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023.02.03.)
냉이밭에서/김귀녀
봄을 사랑하는 나는
아지랑이
까만 비닐봉지 손목에 끼우고
개울 건너 봄밭으로 간다
호미를 들고 들로 나간다
잔뿌리 나기 전에
봄을 먹어야 산다고
몸속에서 재촉을 한다
여기저기 부지런한 호미 자국들
양지에 핀 제비꽃이 방긋 나를 맞는다
개울가 냇물 소리가
옹알옹알 소리를 내며 나를 지나간다
산에서 내려온 기운이 묻어
감로처럼 단 냉이를 호미로 캔다
이제 머지않아 내 몸 어딘가에 냉이꽃이
하얗게 하늘거릴 것이다
꿩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도
넓은 들판을 돌아 나온 봄도
내 몸속에서 피어오를 것이다
(시감상)
1월이 지나고 2월이다. 아직은 성급하지만 봄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냉잇국을 먹는 마음으로, 그래서 어서 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향 풍경 같은 시를 한 편 소개해 본다. 이번 겨울은 차갑고 힘들었다. 힘든 중이다. 하지만 계절의 섭리는 늘 정확하게 운행되는 법. 고물가에 고금리에 각종 요금 인상에 위축되는 요즘, 파릇한 냉이 순이 올라오길 기다려보자. 마음속 냉이 밭에 호미를 들고 따듯한 나를 캐내보자.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다는 유명한 말에 기대 잠시 호흡을 돌리고 산 너머 아지랑이 속삭임에 귀 기울여보자. 봄이 가깝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 평론가)
(김귀녀 프로필)
강원 양양, 제6회 산림문학상, 시집(영혼의 방)(자연으로 가는 길섶)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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